“오랜 옛날부터 우리 고국을 이 무한한 만주 벌판과 분리시키고 있는 국경의 강은 쉬지 않고 흐르고 흘렀다.” 이미륵의 자전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서 강은 과거와의 경계이자 미래로의 기점이다. 고국을 등지는 망명자에게 국경의 강을 건너는 감회는 새삼스러웠을 거다.
압록강이 국경으로서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건 고려 성종 때다. 서희는 고려를 침공한 요나라 소손녕과 서북 지계 담판에 나서 압록강 남쪽에 면한 강동 6주를 확보했다. 이후 고려의 영토 확장과 조선의 북방 개척을 거치며 압록강은 중국과의 국경으로 기능하게 된다.
기존 압록강에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와 6·25전쟁 때 끊긴 압록강 단교가 나란히 놓여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육로로 방중할 때 이용하는 게 압록강 철교다. 중국산 공산품을 북한으로 실어나르고 북한산 농산물 등을 중국으로 내다파는 북한 경제의 혈맥이다. 이 다리에 화물 차량이 많이 오가면 북·중 관계가 원만한 것이고, 차량이 줄면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기존 다리보다 10㎞ 하류 지점에 현대식 다리 하나를 건설해 놓고도 10년 넘도록 개통이 지체된 건 북·중 관계의 부침과 무관치 않다. 중국 측이 다리를 완공한 건 2014년인데, 북한 측이 연결도로 및 세관 등 통관시설 미비를 이유로 개통을 미뤘다. 길이 3030m 왕복 4차로의 신압록강대교가 우여곡절 끝에 15일 비로소 개통했다. 다리가 열렸으니 물자 왕래는 물론이고 사람의 왕래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커졌다.
불가피하게 겹쳐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 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 철책과 방벽을 높이고 지뢰를 묻는 북한의 이른바 국경화 작업이다. 중국과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압록강에 새 다리가 놓인 것과 반대로 동족 간 땅 위의 경계는 더 단단해졌다. 서로 마음을 열 가능성 역시 그만큼 더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