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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쇠창살 밖으로…우즈베크 무기수는 부친 껴안았다

중앙일보

2026.10.15 08:03 2026.10.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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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개시가 결정된 15일 형집행정지로 창원교도소에서 나온 보조로브 아크말(오른쪽)이 부친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대훈 기자

재심 개시가 결정된 15일 형집행정지로 창원교도소에서 나온 보조로브 아크말(오른쪽)이 부친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대훈 기자

15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한 남성이 17년 만에 경남 창원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19세에 수감된 청년은 이제 37세가 됐다. 청록색 수의를 벗은 그는 가족이 사온 흰색 상의와 청바지를 입고, 교도소 밖으로 걸어 나와 72세 노인이 된 아버지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보조로브 아크말(37) 얘기다.

아크말은 2009년 ‘창원 택시기사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금껏 복역해왔다. 하지만 이날 아크말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법원이 형집행 정지를 주문, 출소할 수 있었다. 아크말은 교도소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재심 개시 결정 직후) 눈물밖에 안 났고,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며 “남은 재판에서 진실하게 말해 잘 마무리하고 억울한 것을 벗어,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이 계신 고향(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의 출소를 기대하며 지난 9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입국한 부친 아슬람(72)은 “상상할 수 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15일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 김성환)는 이날 아크말 사건의 재심을 개시한다고 주문했다.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아크말의 유죄가 확정된 지 16년6개월 만에 다시 원점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창원지방공소청이 이날부터 7일 이내에 항고하지 않으면 아크말씨의 재심 개시가 확정된다. 아크말은 2009년 3월 경남 창원에서 택시기사를 흉기 등으로 공격해 15만원을 뺏은 뒤 기사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받았다. 이후 경찰의 위법 수사로 거짓 자백을 했다며 지난해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이유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수사 경찰관이 아크말의 자백을 받으려고 ‘(아크말의) DNA가 택시에서 검출됐다’ ‘피해자가 살아 있다’는 식으로 속였다고 판단했다. 당시 또 다른 사건(2009년 7월 택시기사 강도상해 사건)의 공범으로 검거된 아크말을 경찰이 이렇게 기망, 심리적으로 압박해 3월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통역관 없이 조사하는 등 외국인인 아크말이 통역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자필 진술서를 보면 법률용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한국어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법 부당한 직무행위에 해당하고 수사권을 남용해 진술거부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했다.

아크말 변호는 재심 사건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박 변호사는 “아크말이 과거 큰 잘못(강도상해 사건)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억울하게 (강도살인이라는) 누명까지 써 이국땅에서 17년간 외롭게 살았단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제가 진행한 다른 사건과 달리, 이번 재판부는 여덟 번이나 심문 기일을 열어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여러 증언 등을 들어주셨다. 다른 재심 사건에서도 유의미한 선례로 남을 것 같다”며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돌아가신 택시기사와 유가족이다. 이번 재심 청구 과정에서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아크말은 이날 출소한 뒤 곧장 강도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을 만나러 갔다. 향후 그는 서울의 천주교 시설 등에서 머물며 향후 재심이 개시하면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대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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