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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벌금 물어낸다…부산 밀면 원조, 107년 사연

중앙일보

2026.10.15 08:12 2026.10.1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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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잇는 식당, 맛있는 현대사 - 부산 내호냉면
부산 ‘내호냉면’은 부산 밀면의 원조집이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냉면집을 하던 고 이영순 여사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내려와 차린 냉면집이 4대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내호냉면의 밀면.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의 비율이 7대3인 국수와 냉면 육수를 쓴다. 장진영 기자

부산 ‘내호냉면’은 부산 밀면의 원조집이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냉면집을 하던 고 이영순 여사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내려와 차린 냉면집이 4대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내호냉면의 밀면.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의 비율이 7대3인 국수와 냉면 육수를 쓴다. 장진영 기자

부산 ‘내호냉면’은 대한민국 노포의 표준과 같은 집이다. 무엇보다 창립연도가 분명하다. 1919년 10월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리에서 시작했다. 처음 간판은 ‘동춘면옥’이었으나 부산으로 피란 내려와 1953년 다시 식당을 열 때 ‘내호냉면’으로 바꿔 달았다. 이북의 가게 주소 ‘내호리’에서 새 이름이 왔다.

내호냉면이 귀한 건 함흥냉면의 원형을 100년 넘게 지키고 있어서다. 비결은 따로 없다. 배운 대로 만들어온 것밖에. 현재 대표 유재우(50)씨의 외증조할머니가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아들에게 물려준 비법이 그대로 내려온다.

식당을 맡은 지 10년째 되는 4대 유재우(50) 대표가 이른바 ‘요즘 입맛’을 겨냥해 육수의 당도와 염도를 살짝 올렸다가 바로 복귀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한테도 혼났지만, 단골이 더 성화였다. “맛이 변했다”는 말을 4대 대표는 제일 무서워한다.

내호냉면 3대 이춘복 대표와 남편 유상모씨와 외아들이자 4대 유재우 대표. 내호냉면 안쪽 골목에서 촬영했다. 송봉근 객원기자

내호냉면 3대 이춘복 대표와 남편 유상모씨와 외아들이자 4대 유재우 대표. 내호냉면 안쪽 골목에서 촬영했다. 송봉근 객원기자

“솥 옮기지 마라”…한번도 안 바뀐 주소
내호냉면의 주소는 우암동 189번지다. 이 주소는 특별하다. 53년 부산에서 개업한 이래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주소여서다. 오래된 식당이어도 주인 바뀐 집이 많고, 주인이 그대로여도 터를 옮긴 집이 많다. 내호냉면은 사람도, 자리도 그대로다. 냉면 장사를 처음 시작한 1대 이영순 대표의 추상같은 말씀이 있었다.

“솥을 옮기지 마라.”

7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다 보니 내호냉면에는 오래된 단골이 많다. 특히 피란민 가족이 많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주 방문했었고, 곽경택 감독도 단골이었다. 곽 감독의 아버지가 내호냉면에서 배달을 했었다. 그 인연으로 곽 감독 영화 ‘친구’에 내호냉면 주소가 나온다. 법정에 선 주인공 유오성이 제 본적을 “우암동 189번지”라고 말한다.

내호냉면은 부산 밀면의 원조로 통한다. 1959년께 인근 동항성당에서 준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었던 게 밀면의 시초가 됐다.

내호냉면은 물냉면 육수를 쓰고, 면은 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7대3 비율로 만든다. 여느 부산 밀면은 맵고 단데, 내호냉면의 밀면은 물냉면처럼 밍밍하다. 그러나 레시피를 바꿀 생각은 없다. 원조이어서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피란촌 무허가 건물, 70년 넘게 지켰지만…
우암동은 부산의 대표적인 피란촌이다. 이 동네의 집 대부분이 무허가 건물이다. 내호냉면도 허가가 없다. 무허가 건물에서 장사한다고 영업 허가가 취소됐다. 내호냉면은 1년에 몇백만원씩 벌금을 문다. 유 대표가 사정을 털어놨다.

“원래 허가받은 집은 1, 2층 합쳐 20평 정도 돼요. 2층에 지금도 부모님이 살고 계시고요. 워낙 낡은 집이어서 아홉 번을 고쳤대요. 90년대 초 옆집 두 채를 사서 가게를 넓혔어요. 동네가 무허가촌이어서 허가가 안 났어요. 그렇게 30년 넘게 장사를 했어요. 2021년께 갑자기 단속을 나오더라고요. 허가는 안 해주고 벌금만 내래요. 1대 할머니 유언 때문에 옮기지도 못해요.”

부산시 남구청에 문의하니 “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위생과는 벌금 떼러 나오고, 관광과는 남구 명물이라며 촬영을 나온다.

우암동 피란민 수용소는 2022년 피란수도 부산의 대표 유산으로 지정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내호냉면의 역사가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다. 살아 있는 역사가 처한 현실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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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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