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피가 454.59포인트(7.57%) 하락해 5554.22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760.82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끝을 모를 하락이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5일 5500선까지 내려앉았다. 이 기간 시가총액이 약 1193조5000억원 증발했다. 올해 정부 예산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경진 기자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57% 내린 5554.22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4월 7일(5494.78)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낙폭이 9.29%까지 커지며 5400선으로 밀려났다. 코스닥 지수도 7.65% 급락한 760.82에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20분간 모든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열 번째다.
김지윤 기자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6638억원을 내다 팔았다(순매도).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6877억원, 1조323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받아냈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주요 증권 커뮤니티에도 “물타기(추가 매수)조차 포기했다” 등의 글이 잇따랐다. 억대 손실을 호소하는 글부터 추가 폭락을 걱정하는 글까지 쏟아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9.48% 급락한 21만원에 거래를 마쳤고, 장중 20만4500원까지 밀리며 ‘20만 전자’를 위협받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11.06% 떨어진 126만2000원에 마감했다. 한때 123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30일(20만7000원) 이후, 하이닉스는 4월 24일(122만2000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6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20.7% 떨어졌다. 하루도 오르지 않고 7거래일 내리 떨어진 것은 2024년 9월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바닥이 어디인지 불투명한 시기”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악재에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한국 반도체 기술을 추격하는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빚에 기댄 AI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터져나왔다. 여기에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 우려까지 더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발 단기 금리 상승, AI 인프라 수익성 회의, 메모리 경쟁 우려라는 세 가지 외부 충격이 모두 ‘한국 반도체’로 수렴했다”고 진단했다.
━
“상승장 때 리밸런싱 못한 국민연금, 구원투수 역할 제한” 분석도
문제는 앞으로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줄 만한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아서다. 지수 하락이 가파를 때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국민연금은 상반기 상승장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조정하지 않은 탓에 현재 매수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를 앞두고 외국인 매도는 계속되고 있고, 국내 수급은 부재하다”며 “외국인 수급 전환이 절실한데 문제는 반전 재료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하락장에 접어들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연구원 겸임교수는 “한국 선행지수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은 9월이나 10월이 정점일 것”이라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진 주가의 고점과 저점이 모두 계속 낮아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크게 떨어진 만큼 더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현 지수는 전고점 대비 약 40% 하락한 수준으로, 과거 일곱 차례 위기 국면(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충격, 2022년 긴축 국면)의 하락률 중위값인 43.7%에 근접했다”며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시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강한 반등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시장 전문가들과 긴급 회의를 열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하락 속도와 수급 측면에서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방산·조선 등 주력 산업은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으며, 경제의 기초체력도 견조한 수준”이라며 “급격한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