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미국 체조계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코치가 어린 여자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가 징역 90년형에 처해졌다.
미국 'AP통신'은 15일(한국시간) "한때 유명했던 미국의 유소년 체조 코치 션 가드너가 미시시피주의 체조장에서 어린 여자 제자들이 옷을 벗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징역 90년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체조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크리스티 존슨 판사는 가드너에게 법률상 가능한 최고 형량을 선고했다. 가드너가 유죄를 인정한 아동 성착취물 제작 혐의 3건에 대해 각각 징역 30년씩을 선고한 것. 올해 39세인 가드너에게 이번 판결은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다.
가드너는 지난해 여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그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고작 6~14세에 불과한 여자 체조선수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사진] CBS 뉴스.
이후 가드너도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제자들을 촬영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그는 최소 10명의 미성년자가 알몸이거나 옷을 벗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영상들을 제작했다.
가드너의 범죄가 들통난 과정도 경악스럽다. 수사관들은 수년 뒤 아이오와주에서 가드너가 체조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중 그의 컴퓨터에서 해당 영상들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 학대 의혹을 조사하다가 별개의 불법 촬영 증거까지 찾게 된 셈.
AP통신은 "아이오와주 웨스트디모인에 있는 '차우 체조·댄스 연구소'에서 가드너에게 지도받았던 여러 여성은 그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을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경찰과 민사소송을 통해 주장했다"며 "가드너는 이곳에서 여러 유망한 유소년 체조선수를 지도했으며 매년 수백 명의 체조선수가 아이오와주에 모이는 겨울 대회의 책임자로도 활동했다"고 전했다.
다만 가드너는 아이오와주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경찰은 연방 형사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해당 의혹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CBS 뉴스.
가드너의 끔찍한 범죄 행각이 밝혀지면서 미국 체조계에선 관계자들이 영향력 있는 코치의 성적 학대로부터 선수들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AP통신은 "일부 피해 주장 여성들의 변호인들은 미국 체조계의 감독기관인 미국체조협회와 미국 세이프스포츠 센터가 2017년 이미 가드너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제보를 받았지만, 이후 수년 동안 그를 체조계에서 퇴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지도자들은 가드너를 둘러싼 문제를 알고도 모른 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이프스포츠 자체 조사 과정에 따르면 지도자 량 '차우' 차오와 다른 코치들은 가드너의 성적 비위 의혹을 알고 있었지만, 기관 규정에 따라 이를 세이프스포츠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드너 같은 코치가 어떻게 수년간 버젓이 코치로 활동할 수 있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차우 체조 연구소는 2022년 체조선수 한 명이 가드너의 성적 학대 의혹을 제기한 뒤에야 그를 해고했다. 현재 가드너와 미국체조협회, 차우 체조 연구소를 상대로 제기된 여러 건의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