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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연기파 실력”…영화감독들 술렁이게 한 신인 배우

중앙일보

2026.10.15 13:00 2026.10.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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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의 첫 AI 단편 영화 '웜트레인'. 생성형 AI 영상 제작 모델 '클링'의 최신판 4.0을 사용했다. 사진 크리에이티브 망고

김성수 감독의 첫 AI 단편 영화 '웜트레인'. 생성형 AI 영상 제작 모델 '클링'의 최신판 4.0을 사용했다. 사진 크리에이티브 망고

출근길 만원 ‘지옥철’에서 진땀을 흘리던 회사원이 거대한 굼벵이로 변한다. 몸을 맞댄 승객들 사이로 180㎝ 길이 우유 빛깔 육중한 굼벵이의 꿈틀거림이 대형 스크린에 실감나게 펼쳐졌다. 천만영화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이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영감 받아 만든 첫 인공지능(AI) 단편 영화 ‘웜 트레인’이다.

이른바 ‘딸깍’(생성 버튼을 누르는 행위)으로 비하되던 AI 영상 제작이 ‘신기한 영상 뽑기’에서 ‘영화적 연출’로 진화하고 있다. 민규동·연상호·신연식·이명세 등 기성 감독과 제작자들도 잇달아 AI 활용에 뛰어든다. AI 장편도 늘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안 콘텐츠&필름 마켓(ACFM)’에서 ‘웜 트레인’ 영상 일부를 공개한 김 감독은 “이전엔 (AI 수준이) 연기 잘하는 연기과 학생 정도였다면, 이제 연기 잘하는 상업 배우 실력까지 올라왔다”며 생성형 AI가 단순히 시각특수효과(VFX) 대체제를 넘어, 영상 제작 판도를 바꿀 걸로 내다봤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열린 ACFM(아시안 필름&콘텐츠 마켓)에서 김성수 감독이 11일 '새로운 영화적 가능성: 클링AI로 영화 제작 재상상하기' 프로그램의 발제자로 참석해 AI 단편 영화 '웜 트레인'에 대해 발표했다. 20대 시절부터 카프카 '변신'의 한국판을 꿈꿨다는 그는 '웜 트레인'을 혼자 착수했던 올 3월만 해도 벌레가 지하철 인파에 파묻히는 무게감이 구현 안 돼 제작을 멈췄지만, 클링4.0을 출시 전 시험해볼 수 있게 되면서 상업 영화 방식을 접목한 소규모 팀을 꾸리고 제작을 재개해 해당 장면까지 완성했다. 송봉근 객원기자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열린 ACFM(아시안 필름&콘텐츠 마켓)에서 김성수 감독이 11일 '새로운 영화적 가능성: 클링AI로 영화 제작 재상상하기' 프로그램의 발제자로 참석해 AI 단편 영화 '웜 트레인'에 대해 발표했다. 20대 시절부터 카프카 '변신'의 한국판을 꿈꿨다는 그는 '웜 트레인'을 혼자 착수했던 올 3월만 해도 벌레가 지하철 인파에 파묻히는 무게감이 구현 안 돼 제작을 멈췄지만, 클링4.0을 출시 전 시험해볼 수 있게 되면서 상업 영화 방식을 접목한 소규모 팀을 꾸리고 제작을 재개해 해당 장면까지 완성했다. 송봉근 객원기자


올 들어 ‘시댄스 충격’이란 표현이 나올 만큼 생성형 영상 AI 모델들이 급성장했다. 이번 달 출시될 클링 4.0을 비롯해, 알리바바의 완 3.0, 시댄스 2.5 등 중국 모델들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이전엔 15초 미만이던 영상 생성 한도가 최대 30초까지 길어졌고, 1회 생성마다 첨부할 수 있는 레퍼런스(참고 자료)도 최대 50개까지 늘었다. AI 영상의 한계로 지적됐던 인물 연속성, 영화적 표현도 세밀하게 개선됐다. AI 생성 영상을 실사 촬영 화면과 붙였을 때 튀어 보였던 격차 등이 차례로 개선되면서, AI 영화에 스타 배우의 실제 연기 장면을 더해 완성하는 시도도 빈번해질 걸로 보인다. VFX 비용 절감 효과는 평균 40~60%에 달한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지옥’ ‘D.P’ 제작사 클라이맥스의 변승민 대표는 ACFM에서 AI 장편 영화 프로젝트 ‘원소’(감독 안재홍)와 ‘요괴전’(감독 정충근)을 발표했다. 변 대표는 “올 3월 AI 영화 공모전에서 심사하면서 상업적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판단했다. 국내외 AI 아티스트(연출자) 중 눈여겨본 신인감독을 발굴해 AI 영화를 제작 중”이라면서 “주연 등은 흥행을 고려해 인지도 높은 배우를 캐스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소’는 한국판 ‘스타워즈’를 표방한 초능력 판타지, ‘요괴전’은 한국의 전통 요괴들이 조선을 넘보는 서양 흡혈귀에 맞서 싸우는 사극 판타지 액션 영화다. 내년 개봉을 고려하고 있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100% AI SF 장편 ‘스틸레이’(감독 설우인·이한욱)에 이어 개봉하는 AI 영화도 늘어난다. AI 기술을 도입한 연상호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예토’도 문근영·고아성·김시아 등이 출연해 내년도 개봉 목표로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AI 장편 ‘중간계’를 선보였던 강윤성 감독도 변요한 주연의 AI 액션 영화 ‘아덴만’을 제작 중이다.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진행된 ACFM(아시안 콘텐츠&필름 마켓) 프로그램 '이노아시아 AI 크리에이터스 캠프'에서 안재홍 감독이 자신의 작품 '원소'에 대해 소개하고 질의 응답을 가졌다. 부산=나원정 기자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진행된 ACFM(아시안 콘텐츠&필름 마켓) 프로그램 '이노아시아 AI 크리에이터스 캠프'에서 안재홍 감독이 자신의 작품 '원소'에 대해 소개하고 질의 응답을 가졌다. 부산=나원정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 칸영화제 등이 생성형 AI 이용시 출품 제약을 두고 있지만, 침체한 한국 시장에서 생성형 AI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자, 기회”(변승민)라는 인식이 더 높다. AI가 창작자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인식에 대해 민규동 감독은 10일 부산영화제 포럼에서 “AI가 조각(장면)을 잘 만들 수 있지만, 조각들의 순서와 빈틈을 채워나가는 것이 ‘연출의 영역’”이라 말했다. 김성수 감독은 “감독이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나홍진 영화는 나홍진 영화고, 봉준호 영화는 봉준호 영화”라며 인간 창작자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김영덕 ACFM 위원장(마켓 디렉터)은 “한국이 AI 영화를 만든다는 인식이 2024년 시작됐는데, 올해는 AI 기술이 전통적인 영화 제작 파이프라인 속에 효과적으로 녹아든 원년으로 보인다”면서 “CG(컴퓨터 그래픽) 영화, 디지털 영화란 용어를 더는 쓰지 않는 것처럼, ‘AI 영화’란 말도 머잖아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나원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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