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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공자가 남자를 만났다

Chicago

2026.10.1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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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손헌수

공자가 남자를 만났다. 남자를 만난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서 남자는 남성이 아니라 남자(南子)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다. 그녀는 위나라 영공의 부인으로 당시 정치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행실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공자가 남자를 만난 사실을 알게 된 공자의 제자 자로는 크게 화를 냈다. 예를 중시하는 스승이 어째서 평판이 좋지 않은 여인을, 그것도 단둘이서 만났느냐는 것이었다. 그러자 공자는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하늘이 나를 버릴 것이다”라고 거듭 맹세했다. 공자가 그녀를 만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공자가 예법을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누구보다 예를 잘 알고 평생 실천했던 사람이 나름의 이유로 예외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정석을 모르는 사람의 일탈과 정석을 통달한 사람의 파격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불교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두 스님이 길을 가다가 강을 건너지 못해 곤란해하는 여인을 만났다. 불교의 계율상 스님은 여인의 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젊은 스님이 망설이는 사이 나이 든 스님은 여인을 업어 강을 건너게 해 주었다. 한참 뒤 젊은 스님이 참지 못하고 따졌단다. “스님이 어떻게 여인을 업을 수 있습니까?” 나이 든 스님이 대답했다. “나는 그 여인을 강가에 내려놓았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느냐?”  
 
나이 든 스님은 계율을 몰라서 어긴 것이 아니다. 계율도 중요하지만 눈앞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계율을 모르는 사람이 흑심을 잔뜩 가지고 여인을 업는 것과 평생 계율을 잘 지켜 온 스님이 여인을 업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은 같은 행동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변칙을 쓰거나 응용하려면 먼저 정석을 알아야 한다. 결과가 같더라도 기본을 충분히 익힌 사람이 고민 끝에 선택한 방법과 기본을 모르는 사람이 결과만 흉내 낸 것은 다르다. 사람들은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고 위대한 업적을 이룬 천재들의 이야기에 감동한다.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천재가 위대한 것은 학교를 중퇴했기 때문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남들이 배운 것 이상을 스스로 익혔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훈련을 생략한 채 천재의 자유분방함만을 흉내 낸다면 그것은 파격이 아니라 무지다. 머릿속에는 우동사리만 잔뜩 넣어 둔 채 천재의 기행만을 따라 한다면 그것은 광대의 흉내가 될 뿐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똑똑한 사람은 우선 정석대로 묵묵히 일한다. 규칙이 무엇인지, 왜 생겼는지, 바꾸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를 먼저 파악한다.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하면 자기 마음대로 뒤집기 전에 동료나 상사에게 묻는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 왔지만, 이런 방식으로 바꾸면 더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리석은 직원은 기본적인 조항과 절차도 익히지 않은 채 정석과 변칙을 엉망으로 뒤섞어 놓는다. 그리고 지적을 받으면 자신의 노력과 창의성을 몰라 준다고 섭섭해한다.  
 
물론 정석만 고집해서는 발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석도 모르면서 변칙부터 찾으면 사고가 난다. 규칙을 무조건 따르거나 무조건 깨라는 것이 아니다. 규칙이 왜 생겼는지 알고, 규칙을 왜 지켜야 하며 언제 넘어설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격은 기본을 무시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니다. 기본을 철저히 익힌 사람이 오랜 고민 끝에 감당하는 책임이다. 기본과 정석을 거치지 않은 변칙은 오류일 뿐이고, 실력이 기초에 깔리지 않은 기행은 천재성이 아니라 광대짓일 뿐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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