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엾다’와 ‘가엽다’는 동의어다. 둘 다 ‘불쌍하고 딱하다, 애틋하다’는 말이다. 둘 중 무엇이 표준어냐고 묻는다.
하지만 표준어가 아니라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표준어는 공적 의사소통을 위해 표준으로 정한 말일 뿐이다.
‘가엾다’와 ‘가엽다’는 복수 표준어다.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가엾다’는 ‘가이없다’가 변한 말이다. ‘이’와 ‘없’이 줄어 ‘가엾다’가 됐다. ‘가이없다’에서 ‘가’는 ‘강가, 냇가’의 ‘가’다. ‘이’는 ‘사람이’의 ‘이’와 같은 주격조사다. ‘가이없다’는 ‘끝이 없다’는 뜻이다.
노랫말에도 보인다. “어머님의 은혜는 가이없어라.” ‘가이없다’와 같은 구조로 된 낱말로는 ‘그지없다’ ‘바이없다’가 있다. ‘그지’는 ‘끝’의 옛말 ‘긎’을 연철한 것이고, ‘바’는 ‘방법’을 뜻하던 말이다. 이 중 ‘가이없다’만 비표준어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대신 ‘가없다’가 표준어란다. 글쎄다. ‘가이없다’는 ‘한’ ‘죄’ 등과 많이 쓰이면서 ‘불쌍하다’는 뜻도 갖게 됐다.
‘가엽다’는 ‘가엾다’가 변한 형태다.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가엾다’와 같이 쓰이게 됐다. ‘가엾다’가 ‘없다’란 뜻과 관계가 없어지면서부터다. ‘가볍다’ ‘무겁다’ 등의 ‘가벼워’ ‘무거워’ 등에 이끌려 활용에서 ‘가여워’가 나타나며 원형도 ‘가엽다’로 다시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