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 있는 진찰실에 방 2개를 새로 만들었다. 과거와 달리 원하는 날짜에 숙소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고 숙박료도 2배나 올라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었다. 숙박비용을 줄이면 그만큼 현지 주민들에게 더 많은 의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건축 자재 대부분을 LA에서 틈틈이 운반했다. 여기에 새로 산 텐트와 트레일러까지 이제는 8명 정도는 편안히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을 독려하며 공사를 진행했고 50인치 TV를 들고가 현지 개척교회 본당에 설치해주기도 했다. 새로 만들어진 공간은 앞으로 착한 심성을 가진 동료 봉사자들이 편안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먼 훗날 따듯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건축 자재들을 갖고 국경을 통과하다 티후아나 멕시코 세관원의 영악한 검사로 150달러를 빼앗기다시피 헌납해야 했던 일도 있었다. 분하고 억울했지만 성경 말씀의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지불하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마음을 추스르기도 했다. 일정 중에 갑자기 생선 매운탕이 먹고 싶었다. 그런데 고춧가루가 없어 간장과 타바스코 소스로 끓였더니 국물맛은 영 아니었다. 하지만 나름의 씁쓸하고 묘한 맛을 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쉬는 날 오후에는 인기척 하나 없는 적막한 바닷가 백사장에 팔베개를 하고 달콤한 낮잠으로 쌓였던 피로도 풀었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멕시코 샌퀘엔튼까지 혼자 8시간을 운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그곳에 가는 이유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고, 정다운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순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민중 시인 파불로 네루다의 말을 되새기며 다시 그 먼 길을 기꺼이 떠나려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을 기르는 불이다. 그러나 그들이 먼곳의 알려지지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는 것, 그들의 소외된 고독을 지켜봐 주고, 위험과 약함을 돌보려는 사람들로부터 오는 사랑을 느끼는 것은 한결 더 대단하고 더욱더 아름답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의 존재 범위를 넓혀주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함께 묶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면 무엇인가를 베풀었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그들에게서 큰 위안과 기쁨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흐트러졌던 마음이 다시 정리되는 느낌이다. 작은 힘이나마 이웃에게 따듯함을 나눠준다는 기쁨이 힘든 여정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