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단어 썼다고 삭제…여성건강 정보 막는 SNS 알고리즘
메타·틱톡 등 무차별 차단…시민단체 '센서십' 사례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인스타그램이 임산부용 전신베개(pregnancy pillow) 광고에 '임신'(pregnancy)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광고물을 삭제하는 등 소셜 미디어 회사들이 여성건강 정보 제공을 차단하는 사례가 많다고 영국 BBC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여성건강 콘텐츠 검열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센서십(CensHERship)의 실태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런 사례들을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건강 분야 콘텐츠 제작자, 의료서비스 제공자, 건강 관련 브랜드, 자선단체, 교육자 등 200명 가까운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 제한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제한 방식에는 콘텐츠 삭제, 민감한 콘텐츠 가림 처리, 그리고 '섀도배닝'으로 흔히 불리는 도달 범위 억제 등이 포함된다.
센서십 조사에서는 섀도배닝 때문에 자기검열을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2025년 53%에서 올해 65%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sex'라는 단어 대신 'seggs' 같은 우회 표현을 쓰거나, 별표나 이모지를 사용하거나, 특정 주제를 아예 피하는 방식이 포함된다.
센서십 공동설립자인 클리오 우드는 이런 현상이 "정말 해롭다"며 "여성 건강에는 역사적으로 수치심과 죄책감이 따라붙어 왔다"고 지적하고 이런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이린 브린은 작년 1월 자신의 회사에서 판매하는 임산부용 전신베개 광고가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된 후 인스타그램 모회사 메타와 통화해 '임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점이 문제라는 설명을 들었다.
브린은 "웹사이트 전체에서, 제품명에서 그 단어를 지워야 했다"며 "임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든 URL을 없애고 전부 이름을 바꿔야 했다"고 말했다.
메타와 10개월 동안 대화를 이어간 끝에야 제한이 풀렸고, 그 때는 이미 사업에 상당한 금전적 타격을 입은 뒤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BBC의 질의에 메타는 개별 사례에 대한 논평은 거절했다.
다만 기업이 웰니스와 성 건강, 생식 건강 관련 제품·서비스를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의 이용자들이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고 BBC에 설명했다.
부인암 관련 자선단체 '이브 어필'의 아테나 람니소스 최고경영자(CEO)는 인스타그램에서 '질암'이라는 의학적 병명을 표시하는 '#vaginalcancer' 등 해시태그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며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체가 외음부암(vulval cancer)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여성 외음부의 해부학적 구조를 나타낸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으나 정책 위반으로 삭제당했다고 전했다.
이 단체는 이의를 제기했으며 메타는 처음에 이의제기를 기각했다.
몇 주 후에 게시물이 "갑자기 다시" 나타나긴 했으나, 민감한 콘텐츠 가림 처리가 돼 있었다.
가임력 검사 기업 허틸리티(Hertility)의 디어드러 오닐은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을 앓는 여성이 등장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동영상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오닐은 "그 여성은 우리 서비스를 팔지도, 허틸리티에 관해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뿐"이라며 메타가 이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정치적 콘텐츠'라는 이유를 댔다고 전했다.
이브 어필과 허틸리티의 사례에 관한 BBC의 질의에 메타는 구체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자사 플랫폼에서 여성 건강 콘텐츠를 허용하고 있으며,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 건강 관련 단체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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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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