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개스값·보험료 급등 영향 지역 따라 연 8000불 더 부담 대중교통 접근성이 절약 좌우
교통비 부담이 커지면서 외곽으로 이주하는 것이 더 이상 주거비 절감 기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길 5번 프리웨이의 교통 정체 모습. 박낙희 기자
주택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심 외곽으로 이주하는 것이 오랫동안 대표적인 절약 전략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개스값이 폭등하는 등 자동차 유지 비용이 급상승하면서 이 공식조차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주거비는 전체 가계 지출의 33%, 교통비는 17%를 차지했다. 주택과 교통비를 합쳐 가계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여기에다 신차 가격은 5년 전보다 33% 상승, 중고차 가격도 40% 이상 올랐다. 자동차 보험료는 전국 평균 19% 상승했다. 특히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으로 개솔린 가격이 치솟으면서 유지비용이 고공행진 중인 상황이다. 지난 15일 기준 LA카운티의 평균 개스값은 갤런당 6.29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58달러나 비싸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소득에 맞는 집을 찾을 때까지 외곽으로 이동하라(Drive Until You Qualify)’는 전략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거주하는 것이 이젠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구 내 자동차 대수를 줄이거나 아예 소유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집값 이상의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평균 월 임대료 부담이 약 1600달러 수준이지만 무제한 지하철·버스 이용권은 월 132달러에 불과하다. 차량 공유 서비스를 포함해도 월 교통비는 200달러 안팎으로 유지된다.
반면 피닉스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더라도 자동차 보유 비용으로 월 1025달러가 추가 발생해 총 비용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8000달러 이상의 차이가 난다.
문제는 교통 중심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어반인스티튜트(UI)에 따르면 전국 주택의 45%만이 버스나 철도 노선 반경 0.5마일 내에 있었다. 그마저도 상당수는 운행 빈도가 낮아 실제 생활에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주택의 10%만이 낮 시간대 15분 간격 이상 운행되는 버스나 철도 서비스 반경 0.5마일 내에 있었으며, 도시 철도역 인근 주택 비중은 6%에 불과했다.
반대로 교통이 편리한 지역의 주택은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어 이나저나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수한 대중교통 접근성을 갖춘 단독주택은 전국 평균 2.3%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교통 중심 주택 부족의 원인으로 조닝과 부족한 주택 공급, 대중교통 투자 부진 등을 꼽았다.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대중교통망 확충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지역 정부의 대중교통 재정난은 변수로 지목된다. 전국대중교통협회(APTA)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대중교통 기관의 51%가 향후 5년 내 재정 위기를 예상하고 있으며, 대형 기관의 경우 그 비율이 71%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