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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134조 싹쓸이한 ‘中 신약’…K바이오 점점 밀려난다

중앙일보

2026.10.16 14:00 2026.10.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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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BIO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에서 참석자들이 중국관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BIO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에서 참석자들이 중국관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의 빈틈을 채우려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중국 쇼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점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도 뛰었다. 중국의 약진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넘어야 할 기술수출 경쟁의 문턱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16일 딜로이트차이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혁신신약 관련 기술수출 규모는 997억 달러(약 134조원)로 2024년(약 520억 달러)의 두 배에 육박했다. 금액 기준 세계 10대 제약·바이오 거래 중 8건이 중국 기업과의 거래였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 동안에는 머크·노보·노바티스가 중국 기업과 최대 125억3000만 달러(약 16조70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만 12억7500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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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중국, 닷새간 17조 규모 계약

세 회사 모두 중국에서 후속 파이프라인을 찾았다. 머크는 ‘키트루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항암 파이프라인을, 노보는 일라이릴리와 경쟁할 차세대 비만약, 노바티스는 후기 임상 실패 뒤 자가면역·RNA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머크는 중국 사이브런치의 전임상 항암제 후보 ‘SPR2015’에 선급금 4억 달러를 걸었다. 하루 뒤 노보는 중국 헝루이의 임상 1상 진입을 앞둔, 먹는 비만약 후보 ‘HRS-1596’를 도입하며 선급금 3억 달러를 지급했다. 이어 노바티스는 아보젠의 자가면역 리보핵산(RNA) 치료제와 후속 후보 도입권을 확보하는 최대 약 78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맺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는 최근 세 거래를 두고 “중국과의 거래 시점이 앞당겨지고 대상도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슈는 지난 8일 중국 디팬드테라퓨틱스와 신약을 초기부터 공동 발굴·개발하는 계약을 맺은 데 이어 13일 중국 로나테라퓨틱스의 RNA간섭(RNAi) 비만약 후보를 최대 11억6000만 달러에 도입했다.

몸값도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에 따르면 빅파마와 중국 바이오텍 간 평균 선급금은 2022년 5200만 달러에서 올해 1억7200만 달러로 230% 뛰었다. 선급금 5000만 달러 이상 글로벌 빅파마 기술도입 계약 중 중국발 자산 비중도 거래 건수 기준 2021년 5%에서 올해 1분기 50%로 증가했다(JP모건). 업계는 빠른 임상 진행과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중국 신약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배경으로 본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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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디스커버드 인 차이나’로

2007년 GSK가 상하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열며 제시한 비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에서 디스커버드 인 차이나(Discovered in China)로’는 현실이 됐다. GSK는 2017년 R&D센터를 폐쇄했지만 지난해 헝루이와 최대 12개 신약 프로그램 개발 계약을 맺는 등 중국의 신약 발굴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핵심 공급 허브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중국발 신약 가치 상승은 국내 기술수출 가치 상승의 기회인 동시에 경쟁 심화를 뜻한다”고 짚었다.

한국 기업들도 과거보단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 10대 바이오제약 거래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인수, SK바이오팜의 ‘오파칼림’ 도입, 한미약품의 제넨텍 기술수출 등이 포함됐다. 다만 상반기 국내 기술수출 규모는 약 86억 달러로 중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약효 가능성을 확인한 임상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점”이라며 “국내 바이오 기업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투자 부족으로 데이터를 쌓기 어려운 만큼 임상까지 끌고 갈 자금과 신속한 임상을 뒷받침할 규제 완화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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