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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파병·강제노동 덮고 “체제 존중”…앞뒤 안 맞는 대북정책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2026.10.16 14:00 2026.10.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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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4일 출범 이래, 이재명 정부는 남과 북의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되,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견고하고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 구조를 정착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10일 노동당 창건 81주년 맞아 평양 만수대 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연합

10일 노동당 창건 81주년 맞아 평양 만수대 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는 북한 주민들. 연합


이러한 평화공존의 원칙이자, 전제는 북한 체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입장은 이재명 정부가 전향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6조를 바탕으로 한 역사성 있는 입장임을 밝히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고 제안한 것도 이처럼 북한을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도저히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기 어렵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날아오는 미사일 발사와 한국 정부에 대한 서슬 퍼런 조롱에 대해 들을 때도 그렇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을 들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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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린 보고서들


얼마 전 북한의 인권 상황을 알리는 두 가지 중요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하나는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인권상황 보고서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2026 인신매매 보고서다.

2011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위성사진. 연합

2011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위성사진. 연합


북한인권상황 보고서는 2014년부터 10년간 북한의 전반적 인권 상황이 여러 측면에서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특정 인권의 정당한 행사를 불허하는 법과 제도가 확대돼, 주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다. 처벌도 강화됐다. 자의적 구금, 고문 및 부당대우, 강제실종, 강제노동, 정치범수용소 운용, 사형 적용의 범위가 모두 확대됐다. 여성, 아동 및 기타 약자들은 인권 침해와 유린에 더욱 크게 노출됐다.

보고서는 특별히 최근 1년간의 상황에 더욱 주목하면서, 인공지능의 활용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의 확대가 개인의 자유는커녕 오히려 개인에 대한 모니터링 및 감시를 강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북한의 휴대전화는 사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정기적 화면 캡처 기능이 있다. 캡처 화면은 북한 당국의 관련 부서에 전달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가 불건전한 행동을 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또 다른 보고서인 미국 국무부의 2026년 인신매매 보고서는 “성인이나 아동을 강제로 노동을 시키거나 성매매에 종사하게 해 착취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범죄”를 인신매매로 정의하고, 국가별로 등급을 매기고 관련 현황을 기술하고 있다. 북한을 24년 연속 최하 등급인 3등급에 배치하면서, 주로 북한 국내외에서의 강제 노동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에서는 비교적 경미한 위반 행위로도 수용소 수감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 수감 인원은 정치범수용소뿐 아니라 노동교화수용소, 노동수용소 등에서 적은 식량과 구타를 포함한 학대를 받으며 강제 노역을 하게 된다. 또한 일반 성인과 학생들에게도 강제로 노동을 부과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식량 배급을 보류하거나 세금을 부과한다. 보고서가 언급하진 않지만, 남성을 기준으로 10년간 복무하며 각종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북한 군대 역시 구조적인 강제 노역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북한 정부가 외국 기업이나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파견한 노동자들도 강제 노동에 직면해 있다. 이들은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일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권위주의 국가들에서 일하며,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견된 노동자들은 과도한 노동 시간은 물론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며, 최대 3년간 임금이 제한되고 여권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임금은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계좌로 입금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에 파병된 2만 군인들의 급여도 해당 군인이나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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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이 같은 인권 유린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범죄 사건’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북한 주민들에게는 ‘일상’이다.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가진 집단이 오직 체제와 정권의 존속을 위해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저지르는 범죄가 무고한 이들의 일상을 망가뜨린다. 그런 일이 다른 곳도 아닌 우리 옆에서, 우리 민족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에 더욱 분개하고, 더욱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지난 2월 6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어떤 협상에서도 인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을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연합

지난 2월 6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어떤 협상에서도 인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을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강조했다”고 말했다. 연합


한국 정부는 북한 체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북한의 뿌리 깊고 만연한 인권 탄압에 애써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이전 정부에서 공개했던 통일부의 북한인권보고서는 3급 비밀로 전환됐다. 지난 5월 정부가 발간한 통일백서에는 ‘북한 인권’에 대한 언급이 현저히 줄었다. 또 지난해 26억원 규모의 북한인권 증진 민간사업의 올해 예산이 일괄 삭감됐다.

지금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작성했던 1991년과 상황이 너무 많이 다르다. 당시는 북한 인권의 대표적 참상이라 할 정치범수용소의 실체가 최초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1993년보다도 더 이전이다. 그때와 달리 차마 외면할 수 없는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를 너무나 많이 알게 되었는데, 어떻게 1991년의 시각으로 현재의 북한을 바라본단 말인가.

이재명 정부는 대체 누구와 평화공존하고 싶은 것일까. 한국 정부가 국민보다 위에 있지 않듯, 북한 정권의 안위가 북한 주민의 안위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 북한의 누군가의 평화를 간절히 원하고 그와 공존하기를 갈망한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평화, 북한 주민과의 공존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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