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가 넘어서도 잘 걷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흔히 튼튼한 다리 근육을 떠올리지만, 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건강하게 오래 사는 노인들의 생활에서는 한 마을에서 수십 년을 살며 이웃과 어울리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특징도 관찰됐다.
전남대학교병원과 한국백세인연구단 등이 16일 개최한 제18차 건강백세포럼에서는 국내 장수인들의 유전체와 생활습관을 분석한 연구 결과들이 공개됐다.
조선대 김정수 교수 연구팀은 백세인의 보행 능력을 평가한 뒤 관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분석했다. 혼자 걸을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 등을 6단계로 구분하는 기능적 보행지수(FAC)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보행 능력과 관련된 후보 유전자 42개 가운데 15개가 뇌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뇌와 대뇌피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가 다수 확인됐다. 소뇌는 몸의 균형과 움직임을 조절하고, 대뇌피질은 운동 명령과 복잡한 동작을 수행하는 데 관여한다.
연구팀이 뇌의 유전자 작용을 추가 분석한 결과에서도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과 신경세포 연결에 관여하는 기능들이 두드러졌다. 근감소증 관련 자료와 비교한 분석에서도 신경 신호 전달과 신경 지배 기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백세인의 보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 근육 자체의 기능뿐 아니라 뇌와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 조절 체계가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건강 장수의 또 다른 단서는 오랜 생활 터전과 이웃 관계에서 발견됐다. 전남대 연구팀이 지난 3~4월 전북 고창에 사는 90~102세 노인 51명을 직접 조사한 결과다. 평균 연령은 95.2세였으며 100세 이상은 6명이었다.
이들은 한 마을에서 평균 68.5년을 살았다. 가족 외 이웃이나 지인과 자주 어울린다는 응답은 62.5%, 정기 모임에 참여한다는 응답은 61.7%였다. 마을에 느끼는 애착도 5점 만점에 4.07점으로 높았다. 자녀가 평균 5.2명 있었지만 72%는 혼자 살았고, 86%는 자기 집에서 생활했다.
식습관에서도 흥미로운 특징이 나타났다. 대체로 일정한 시간에 식사와 간식을 먹었으며, 영양조사 응답자 중 하루 한 번 이상 외식한다는 비율은 약 21%로 다른 조사 지역의 7% 미만보다 높았다. 식욕 저하나 씹기 어려움, 입 마름 등 식사와 관련된 불편도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다만 영양조사는 응답자가 적어 일반화에는 한계가 있다.
장수인이라고 모두 활발하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었다. 혼자 외출할 수 있는 사람은 45%에 그쳤다. 운동·신체활동 점수도 3점 만점에 1.4점으로 낮았다. 이웃과 어울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익숙한 동네에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을회관을 건강관리 거점으로 활용하고, 외출 동행과 방문형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국내 100세 이상 인구는 8604명으로 5년 전보다 54% 증가했다. 전남대 박상철 석좌교수는 “백세인 연구는 단순히 오래 사는 사람들의 특징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조건과 사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함께 찾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