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무대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신생팀 파주프런티어FC가 예산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달 선수단에 지급할 월급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우려를 모으는 프로축구 K리그 신생팀 파주프런티어FC(이하 파주FC) 관련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단순한 경영 문제를 넘어 파주시가 구단 내 고위직 교체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돈줄을 틀어쥐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파주FC는 지난 15일 선수단 급여 포함 모자란 구단 운영 자금 문제와 관련해 황보관 단장 명의로 입장문을 냈다. “구단 예산 중 모자라는 15억원은 창단 당시 파주시가 관내 대기업 후원금으로 약속했던 액수”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파주 구단 관계자는 “해당 금액은 프로팀 창단을 주도한 전임시장(김경일)이 ‘시가 후원을 주선하되, 성사되지 않을 경우 부족 재원을 시가 보전하겠다’고 약속해 구단이 이사회 심의 및 의결을 거쳐 예산에 포함시킨 것”이라면서 “이사회 의결 내용 및 결과를 시에도 문서 형태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이는 사실로 확인됐다. 김 전 시장측 관계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역 내 대기업의 구단 후원이 불발된 이후 김 전 시장이 ‘시가 보유 중인 체육진흥기금을 활용해 해당 액수를 보전하겠다’는 내용을 구단에 통보해 예산에 반영토록 했다”면서 “파주FC 창단 과정에 관여한 시 관계자들도 해당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프런티어FC는 K리그2 17개 구단 최소 수준의 예산을 쓰면서도 경기력과 흥행에서 모두 성과를 내며 주목 받는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상황이 달라진 건 6·3 지방선거를 통해 시장이 바뀌면서다. 신임 파주시장(손배찬)은 전임자의 약속을 외면했다. 구단이 정식 절차를 거쳐 해당 액수를 예산으로 잡아놓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시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다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구단에 대해 파주시는 외려 “방만한 운영이 있었는지 점검하겠다”며 감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파주시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가 15억원을 구단에 추가로 지원한다고 결정한 사실이 없다. 전임 시장이 약속했다고 하는데, 관련해 구단 창단에 관여한 시 관계자들로부터 전달 받은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시민구단이 구단주(시장)의 약속을 믿고 예산을 편성한 게 문제가 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해당 15억원은 원칙적으로 구단이 벌어오기로 한 금액이라는 게 시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파주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가 구단에 대해 ‘방만 경영’ 운운하며 날을 세우는 배경에 모자란 돈을 볼모로 잡아 경영진 일부를 내보낸 뒤 추후 현 시장측 인사들로 교체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고 귀띔했다. 이어 “시측에서 모자란 15억원을 지급하는 대신 구단 고위직 일부 사퇴를 요구하는 물밑 제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덧붙였다.
파주프런티어FC는 당장 이달 선수들에게 지급할 월급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파주 간판 스트라이커 보르하 바스톤. 사진 프로축구연맹
그저 웃어넘길 낭설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축구계 관계자는 “최근 대학축구대회 현장에서 ‘파주FC의 선수 수급을 책임지는 자리를 약속 받았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인사를 만났다”고 제보했다. 해당 인사는 “앞으로 파주 입단 관련 논의는 나와 하면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조만간 파주FC 고위직에 오를 예정”이라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다니는 인사도 있다. 창단 당시 “파주에 프로축구단은 필요 없다”며 극렬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해당 인사는 “나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조만간 구단 이사로 합류해 도울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도 했는데, 공교롭게도 파주시가 최근 구단 이사회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 모두 파주 지역 내 축구 관계자들로, 프로 창단과 함께 사라진 파주 연고 K3팀(파주시민축구단)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들이다.
황보관 파주 단장은 “현재로선 기존 스카우팅 부서 담당자들 이외에 선수 수급과 관련해 역할을 맡길 인사의 외부 채용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단 경영진 교체 시도 관련 루머에 대해서는 “비슷한 소문이 돈다는 사실을 축구계 여러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도 “비상식적인 내용이라 웃어넘겼다. 뜬소문까지 신경 쓰기엔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다”고 했다.
파주프런티어FC 창단 사령탑 제라드 누스 감독은 스페인식 선진 전술을 K리그2 무대에서 선보여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구단주가 바뀐 이후 전문성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적 관계에 따라 구단 운영진을 물갈이하는 건 K리그 시도민구단의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는 대표적 악습으로 지탄 받아왔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예산을 삭감하거나 지급을 미루는 방식으로 구단의 목을 죄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파주FC 재정난과 관련해 여러 축구관계자들이 또 하나의 부정적 사례가 등장한 건 아닌지 걱정하는 이유다.
특히나 파주의 경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뛴 선수단의 월급이 볼모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크다. 스페인 출신 사령탑 제라드 누스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파주는 올 시즌 K리그2 17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인건비로 선수단을 구성하고도 창단 첫 해 8승(26라운드 기준)을 거두며 돌풍의 주인공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순위는 12위(승점 30점)로, 7위 경남FC(35점)와의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해 한 자릿수 순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평균 관중 수 또한 전체 6위로, 신생팀으로서 경기력과 흥행 모두에서 순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