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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욕받이 되겠네”…정보유출 사태에 멍드는 콜센터 상담사들

중앙일보

2026.10.17 14:00 2026.10.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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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상담을 받는 콜센터 노동자. 생성AI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유선 상담을 받는 콜센터 노동자. 생성AI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상담사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해요. ‘또 욕받이가 되겠구나’. 업무 특성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출근하는 거죠.”


8년차 상담사 A씨(50)는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은 한 시중은행의 하청업체 소속이다. 평소 고객센터 상담사로 근무하며 50~60건 정도의 전화 문의를 처리하지만, 금융권 해킹 사태 직후 사흘간은 평일 집계 기준 정보 유출 관련 문의만 약 180건에 달한다. 갑자기 업무량이 3배가 된 것이다.


A씨는 “계좌·거래정보는 특히 민감하다 보니 앞서 이커머스 업계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때도 은행으로 전화해 대응 방법이나 책임을 묻는 고객들이 많았다”며 “통화 한 건당 30분씩 걸릴 때도 있는데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다”고 털어놓았다.


이달 초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발 금융권 해킹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고객 응대(CS·Customer Service)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고객의 분노를 일선에서 마주하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ATM)가 설치돼 있디.   연합뉴스

최근 은행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7일 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ATM)가 설치돼 있디.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고객 유선 문의는 개천절 연휴가 끝난 6일 오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보다 앞선 1일 신한은행이 대규모 해킹 사고로 고객 약 2만5000명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에서도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이날 오전에도 OK저축은행에서 해킹으로 고객 25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는 등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하면 CS 부서에 문의가 집중되는 현상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해 4월 SK텔레콤이 자사 유심(USIM) 해킹 사태 유출 사고 당시 공개했던 고객센터 현황에 따르면 피해가 외부에 알려진 4월 22일(1만662건) 대비 사흘 만인 25일에는 고객 상담 건수가 4만2782건으로 폭등했다. 콜센터 상담 대기 시간도 종전 평균 31초에서 2분 21초로 4배 이상 늘었다.

서울의 한 SKT대리점. 뉴스1

서울의 한 SKT대리점. 뉴스1

문제는 사고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없는 일선 상담사들에게 고객 항의가 집중되면서 업무량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이번 정보 유출 피해가 발생한 시중은행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상담사 B씨(54)는 “고객의 피해 여부를 조회하려고 개인정보를 요청했더니 ‘당신들 서비스를 이용하다 정보가 유출됐는데 어떻게 믿느냐. 내 정보를 추가로 빼가려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분도 있었다”며 “정보 유출에 대한 고객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는 등 비꼬는 발언을 장시간 듣고 나면 통화 종료 후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상담사 C씨(52)도 “이번 해킹 피해가 알려진 직후 야간 대응팀의 통화량이 급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몇 년 전 은행의 다른 금융 서비스 장애 사태 당시 한 고객이 3시간 동안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교묘하게 폭언을 이어간 적이 있다”며 “당시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모습.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공동취재단

2020년 코로나19 당시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모습.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해 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도 고객 불만과 지적은 일선 직원에게로 향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쿠팡지회(쿠니언) 측은 “당시 회사 안팎에서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회사 이름이 거론되면서 고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정작 내부 직원들도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유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답답함이 컸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고 초기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 문의도 급증하는데, 고객센터는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상담사들이 향후 계약 관계 등을 의식해 고충을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기업에서 일선 상담사들의 근무환경을 점검하고, 경영진과 책임 있는 실무자가 전면에 나서 사고 수습과 고객 대응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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