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월 350만원 정도면 일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공무원 연금과 개인연금, 저축 등으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뒀다. 아내는 퇴직하면 국민연금을 조기 수령할 예정이었다. 나이 칠팔십 넘어 돈이 더 필요하면 주택연금으로 생활하면 된다고 여겼다.
" 직장 다닐 땐 건강하셨던 직장 선배들이 퇴직하고 나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덜컥 부고 문자가 날아오는 거예요. 이렇게 허망하게 가신 분이 제법 많았어요. "
나는 부천시청에서 31년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직한 ‘퇴직자 김부규(61)’다. 퇴직을 10년 앞둔 2016년부터 인생 선배들을 만나 지금까지 65가지 각양각색 인생 2막 스토리를 인터뷰했다.
선배·지인 ‘부고 문자’로 깨달은 퇴직의 진실
한 번은 내가 인터뷰하려고 열심히 설득 중이던 분의 휴대전화 번호로 문자가 왔기에 얼른 확인했더니, 부고였다. 심장마비로 전날 새벽에 숨이 멎었다는…. 그분 자녀가 아버지 휴대전화에 저장된 내 번호로 부고 소식을 알려온 거였다.
그분은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면서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따셨다. 퇴직하자마자 자그마한 빌딩의 시설 관리자로 들어가신 케이스였다.
" 돌아가신 뒤에 알고 보니 혈액암이었대요. 62세였어요. 그렇게 가시기엔 너무 젊은 나이 아닙니까. "
때마침 퇴직을 앞둔 내게도 건강 적신호가 감지됐다. 2023년 건강검진에서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가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학병원에 갔더니 혈관 몇 곳이 70% 이상 막혀 있었다. 서둘러 입원해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김부규 작가는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퇴직자 65명을 만나 인생 2막에 대해 인터뷰해 책으로 펴냈다. 김경록 기자
선배·지인들의 예상치 못한 부고에 충격을 받을 무렵, 내 몸에도 이상이 찾아오니 ‘퇴직 후 부고’가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인생 2막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 이때 제 가슴을 울린 깨달음은 이런 거였어요. ‘아, 사람은 존재감 하나로 사는구나.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구나. 대다수 사람에게는 일이 그 존재감을 채워주는구나…’라는 거였죠. 그래서 저도 인생 2막에 작더라도 반드시 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됐습니다. "
취재원 일터로 찾아가 함께 땀 흘리며 대화
퇴직 후 과연 무슨 일을 할지 막막한 내게,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인생 선배들의 삶은 한줄기 빛이 돼줬다. 난 지금까지 화물운송업·양봉업·철학원·요양보호사·시설관리인·심마니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탐구할 기회를 얻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 나만의 철칙도 세웠다. 반드시 취재원의 일터에 직접 찾아가 그의 일을 도우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 화물운송업 하시는 분을 만날 땐, 화물차 조수석에 동승해 이른 아침 인천 사료공장에 가서 사료 50부대를 실었죠. 그리고 충남 아산의 축산 농가에서 사료 내리는 일을 전부 함께 했고요. 귀촌해 고추 농사를 짓는 분을 만날 땐 비닐하우스에서 함께 일하고 양봉업자를 인터뷰할 때도 일손을 도우며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
나도 퇴직하고 이 일에 뛰어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인터뷰가 일종의 체험학습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니 아무 거리낌 없이 일터로 뛰어갈 수 있었다.
(계속)
“소자본 투자에, 근무시간은 짧고, 수익도 괜찮네. 이거다!”
퇴직자 65명의 일터를 들여다본 그가 지금도 꼭 해보고 싶다는 ‘최고의 직업’은 무엇일까.
경쟁 업체도 많지 않아 블루오션이라 여겼지만, 정작 그는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는데.
반대로 퇴직자가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본 ‘최악의 직업’도 세 가지 있었다.
월 350만원 소득에서 500만원까지 높여줄 알짜 자격증과 은퇴 선배 65명이 몸으로 증명한 ‘최고의 직업’, ‘최악의 직업’은 아래 링크에서 공개한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005
‘은퇴 who’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공무원 40년? 지금이 최고”…6시간 일하고 월 350 버는 직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6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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