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현 델몬트음료 대표가 경기 이천시 델몬트음료 사옥 옥상 ‘델몬트진안포차’에서 직원들에게 선보일 닭발 요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직원들이 편하게 식사하고 술잔을 기울이도록 전 대표가 10여 년 전 서울 영등포 포장마차 업체에 직접 주문 제작해 마련한 공간이다. 우상조 기자
경기도 이천에 있는 한 물류센터 옥상. 이곳에선 일주일에 한두 번 삼겹살 파티가 열린다. 돼지껍데기와 닭발, 떡볶이, 어묵도 단골 메뉴다. 주인장이 직접 닭발을 볶고, 삼겹살을 굽는다. 델몬트음료와 진안물류를 이끄는 전승현(67) 대표가 운영하는 ‘델몬트진안포차’다. 전 대표는 “직원들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식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 10여 년 전 전문업체에 맡겨 포장마차를 제작했다”며 웃었다.
두 회사를 30년째 이끌며 연 매출 200억원대를 올리는 전 대표는 자칭 ‘촌놈 사업가’다. 근면과 성실, 신뢰를 가장 든든한 무기로 삼아서다. 전북 진안 출신인 그는 벌목으로 번 돈 1만5000원을 들고 상경해 신문 배달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에 고졸 영업보조원으로 입사했다. 명동 일대를 누비며 사이다와 콜라를 하루 500박스씩 날랐다. 늘 동료보다 1시간 먼저 나와 그날 주어진 업무를 마쳐야 퇴근했다. 이런 성실함을 인정받아 13년 만에 고졸 팀장에 올랐다. ‘내 사업’을 꿈꾸며 독립했지만, 시련이 먼저 찾아왔다. 동업자에게 퇴직금 5000만원을 사기당한 것이다.
처자식 다섯 명을 둔 가장이 빈털터리가 될 위기였다. 이때 옛 직장 동료가 손을 내밀었다. 마침 서대문지역 대리점이 새 주인을 찾고 있었다. 당시 대리점주는 밑천이 없던 그에게 “벌어서 갚으라”며 선뜻 사업장을 맡겼다. “그날부터 하루 4~5시간만 자며 일에 매달렸습니다. 한시도 한눈 판 적이 없어요. 결국 2년여 만에 인수 대금을 모두 갚았습니다. 지금도 그때 아무 조건 없이 사업장을 넘겨준 은인을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전 대표는 이천 신둔면에 부지 1만2000평, 창고 4000평 규모의 물류사업장을 운영한다. 롯데칠성 델몬트 주스 등 200여 종의 제품을 전국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사업도 병행한다. 그는 성공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중소기업을 경영한다는 건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일인 거 같습니다. 직원은 출출할 때 눈치 보지 않고 라면 끓여 먹고, 회사는 때가 되면 예방접종 챙겨주고…. 이렇게 든든한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