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크레인 농성을 시작하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은 노조 지부장이 올라간 크레인. 사진 현중노조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이후 노사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노조 지부장이 울산조선소 내 25m 높이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들어갔고, 노조는 19일부터 닷새간 전 조합원 대상 하루 7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다.
19일 현대중공업지부 등에 따르면 현중노조 지부장은 전날 오후 5시쯤 울산 HD현대중공업 대조립1공장 소조 적치장에 있는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농성 장소는 지상 25m 높이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성과 분배와 통합 단체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크레인 농성을 시작하는 등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은 노조 지부장이 올라간 크레인 아래 모습. 사진 현중노조
노조 측은 농성에 들어가면서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연말 영업이익 추정치는 4조원이 넘고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상승이 예상된다”며 “호황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제 분명히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파업 일정도 확대했다. 당초 19~20일 노조 간부만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하루 7시간 부분파업으로 바꿨다. 기존에 예고한 21~23일 전 조합원 7시간 부분파업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이번 고공농성과 파업 확대는 지난 2일 첫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뒤 두 차례 재교섭에서도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는 지난달 30일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일시금 1100만원, 기본급 200%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회사 측이 추산한 조합원 1인당 평균 보상 효과는 4056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7541명 중 52.14%가 반대하면서 합의안은 부결됐다.
노조가 요구해 온 영업이익 연계 성과급 등 성과 배분 방식이 여전히 쟁점이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구해왔다. 첫 잠정합의안에는 이 내용이 별도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HD현대미포와의 통합 이후 서로 다른 단체협약과 임금·복지제도를 조정하는 문제도 얽혀 있다. 노조는 통합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옛 HD현대미포 조합원들로 구성된 미포위원회 일부에서는 통합 과정에서 기존 노동조건이 후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단식 투쟁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는 첫 잠정합의안이 나오기 전에도 7차례에 걸쳐 총 37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거에도 크레인 점거 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1990년에는 울산조선소의 80여m 높이 골리앗 크레인을 노조원들이 점거해 13일간 농성을 벌였다. 이른바 ‘골리앗 투쟁’으로, 현대중공업의 대표적인 노사분규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정조대왕급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번함인 대호김종서함의 진수식을 거행됐다.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는 원활한 교섭 마무리를 위해 성실히 교섭에 임해왔다”며 “본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고 교섭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