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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첫해는 인생 2막의 설계도…잘 짜놓은 첫해 생활 수십년 행복 좌우

Los Angeles

2026.10.18 20:00 2026.10.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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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 조심하며 장기 자산 관리해야
소비·재정·시간 관리, 인간관계 설정 등
은퇴의 첫해는 또 다른 출발이다. 매일 수천 명씩 은퇴자가 생겨나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삶을 다시 발견하고 재설계할 기회를 맞는다.  
 
은퇴 서비스회사인 '리타이어레디'의 르네 콜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은퇴 첫해는 재정적, 정서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라며 "단순히 직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체성과 일상, 자금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은퇴 첫해는 사회적 활동과 재정 상황, 인간관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기다. 이때 목표와 계획을 잘 세워야 수십 년 이어질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은퇴 첫해는 사회적 활동과 재정 상황, 인간관계가 완전히 달라지는 시기다. 이때 목표와 계획을 잘 세워야 수십 년 이어질 새로운 삶의 패턴을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첫해가 다가올 수십 년을 좌우한다고 본다.  
 
65세 부부라면 한쪽이 90세까지 사는 확률이 50%, 100세까지 사는 확률이 20%에 달한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장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은퇴는 1~2년짜리 계획이 아니라 수십 년짜리 계획으로 접근해야 한다.
 
빌 게이츠는 "사람들은 1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10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준비는 물론, 관계와 삶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인생 2막'의 설계도를 제대로 그리는 시점이 바로 은퇴 초기 몇 년이다. 이때는 이른바 '고고 시기'로 여행이나 여가, 버킷리스트 소비에 집중하기 쉽지만 이후 수십년을 좌우할 기준점도 잘 세워야 한다.
 
노동통계국의 2024년 소비 조사에 따르면 65~74세의 평균 연간 지출은 6만5149달러지만 75세 이후에는 5만3031달러로 20% 가까이 줄어든다. 처음부터 소비 패턴을 잘못 들이면 평생의 저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콜린스 CEO는 "은퇴 직후 연금이나 401(k) 등에서 목돈을 받고 안도감을 느껴 과소비에 빠지기 쉽지만,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고 돈을 쓰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첫해에 12~18개월치 생활비를 현금이나 저위험 자산으로 보유해 시장 변동성을 견디면서 장기 자산을 보존하는 버킷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편으로는 은퇴 초기에 일정한 현금 흐름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출을 지나치게 주저하는 행동 편향도 나타난다.  
 
많은 이들이 은퇴를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단연 재정적인 문제다. 알리안츠생명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죽는 것보다 돈이 떨어지는 게 더 걱정된다"고 답한 이들이 64%나 됐다. X세대(1965~1980년생)의 70%도 은퇴 자금을 다 써버릴까 봐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대부분이 은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는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소비를 억제하는 '보존 모드'에 빠지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은퇴 초기에만 누릴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나 목표가 있을 수 있다. 이를 모두 포기하고 재정만 보존하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은퇴 첫 해 가장 하고 싶은 일로 꼽는 것이 여행이다. 고령자의 63%는 여행을 은퇴 후 주요 목표로 꼽았다. 현실은 목표와 조금 차이를 보였다. 고령사회 연구·컨설팅 회사인 '에이지웨이브'가 메릴린치와 발간한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자의 40% 이상이 계획했던 만큼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건강 문제와 피로, 복잡한 여행 일정 등 예기치 못한 요소들 때문이었다. 혼잡한 공항과 여객기 지연, 낯선 환경에서의 피로감 등으로 여행이 즐거우면서도 고된 일이 될 수 있다. 날씨나 항공편 지연, 음식, 수면 환경 변화는 나이가 들수록 큰 영향을 미친다.
 
해결책은 현실에 맞게 기대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체력에 맞게 장거리 여행을 단거리로 바꾸고 유연한 일정과 편안한 목적지를 우선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여행의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다.
 
돈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삶의 구조와 목적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다. 은퇴재무계획 전문회사 센서블머니의 다나 안스파크 최고경영자(CEO)는 "긍정적인 이유로 스스로 은퇴한 사람들은 정신건강이 안정적인 반면, 강제로 은퇴한 경우 우울증 등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안스파크 CEO는 "은퇴 첫해는 무언가에 도전하고,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며, 무엇이 내게 에너지를 주는지 살피는 시간으로 활용하라"고 권한다. "새로운 모임이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모두 해치기 때문이다.
 
리듬감 있는 일상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빡빡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규칙을 만들어야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흐르지 않는다.
 
안스파크 CEO는 은퇴 후 1~2년 안에 다시 일을 찾는 사례가 많은 이유도 설명한다. 팬데믹 기간 은퇴를 선택한 240만 명 중 2022년까지 150만 명이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그중 상당수는 생활비 때문이 아니라 무료함을 이유로 꼽았다.
 
생명보험사 매스뮤추얼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은퇴자 중 67%는 현역 시절보다 더 행복하다고 답했지만 8%는 덜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유 중 하나는 무료함일 수 있다. 실제로 고령자의 16%는 은퇴 생활이 생각보다 지루하다고 답했다.
 
하루 종일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된다면 파트타임 직업을 구하거나 자원봉사, 간단한 부업 등을 하면 일상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안 좋을 수 있다. 활동량이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국립의학도서관은 “신체 활동량 감소와 좌식 생활 습관은 만성질환의 주요 위험 요소”라고 규정했다. 은퇴 이후 이 두 가지 행동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일 15분 정도 걷거나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은 같은 활동을 하는 등 신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포함하면 은퇴 후 무기력한 생활 패턴에 빠지지 않는다.
 
금융서비스 기업 트랜스아메리카의 최근 조사에서 은퇴자의 79%는 여전히 삶의 목적이 있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직장을 통해 정체성을 느꼈던 이들에게는 은퇴 뒤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공허감이 밀려올 수 있다. 이럴 땐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료함이나 무기력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 등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자원봉사는 우울감 완화에도 큰 효과가 있다.
 
가장 가까운 부부 사이도 신경 써야 한다. 많은 부부가 은퇴 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오히려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심리학 전문 매체 '사이콜로지 투데이'에 따르면 부부 만족도는 은퇴 후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날 수 있다. 각자의 취미 활동을 찾고, 솔직하게 감정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은퇴는 부부에게도 큰 변화다. 대화와 유연한 태도를 갖는다면 전환기를 새로운 연결의 시작으로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부부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새롭게 관계를 설정하면 새로운 행복을 열 수 있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예상하지 못한 낯선 문제가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다. 재정뿐 아니라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서도 잘 준비하되 새로운 문제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첫해의 시행착오는 유연하게 대처하면 은퇴 생활 전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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