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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소셜연금 문제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Los Angeles

2026.10.18 20:00 2026.10.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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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성 경제부 국장

최인성 경제부 국장

“팬데믹 이후 조여오던 압박에 이젠 더 힘들어지겠다 싶어 결정했죠.”  
 
5년 전 은퇴한 70대 중반의 지인이 집을 팔고 샌버나디노 카운티 외곽의 시니어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했다며 한 푸념이다. 아내의 수술비와 약간의 빚도 문제였지만, 오르는 물가에 집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평생 일하고 세금을 냈지만, 은퇴 후 재정적으로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은퇴는 여유로운 노후 생활의 시작이 아니라 매달 들어오는 소셜연금으로 집세와 식비, 의료비를 맞춰야 하는 또 다른 생존의 시작이다. 이민 와서 30여년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키웠지만, 은퇴가 안정적인 여유를 주지는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인 소셜연금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가 재정개혁에 나서지 않을 경우 약 6년 뒤 은퇴연금 신탁기금이 고갈되고, 이후에는 들어오는 세금만으로 약속된 연금의 78%만 지급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현재와 미래의 은퇴자에게 사실상 22%의 수령액 일괄 삭감이 발생하는 셈이다. 시니어들은 “에이...설마 그러겠어?” 하다가도 멈칫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소개한 사례는 충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평생 평균 연 소득이 3만4000달러인 독신 근로자가 은퇴 만기 연령인 67세에 은퇴한다면 월 1543달러의 소셜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의회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약 70세가 됐을 때 지급액은 1204달러로 줄어들 수 있다. 한 달 339달러, 1년에 4068달러가 사라지는 것이다.
 
 고소득 은퇴자에게 월 339달러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일지 모른다. 하지만 별도의 401(k)나 개인은퇴계좌(IRA), 충분한 저축이 없는 시니어에게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전기료와 식료품비를 내느냐, 처방약을 사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돈이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소셜연금에 의존하는 사람에게 22% 삭감은 단순한 ‘연금 조정’이 아니라 생활 수준 자체를 22% 잘라내라는 요구에 가깝다. 게다가 물가지수에 따른 연금 상승분은 월 70~80달러에 불과하다.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위기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정치권은 소셜연금의 장기 재정 부족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증세를 하면 유권자의 반발이 두렵고, 연금을 삭감하자니 시니어들의 반발이 두려워 근본적인 결정을 뒤로 미뤄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지고 부담은 커졌다.
 
해결책은 절대 간단하지 않다. 급여세율을 올릴 것인지, 급여세가 부과되는 소득 상한을 높여 고소득층의 부담을 늘릴 것인지, 연금 지급 방식을 조정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만큼은 분명해야 한다. 소셜연금 개혁의 출발점은 단순히 신탁기금의 장부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은퇴자가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가’여야 한다. 평생 일한 서민 근로자에게 은퇴 후 남은 선택지가 빈곤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빈곤은 곧바로 가족의 해체를 뜻한다. 지구촌에 가족의 해체를 조장하거나 방치하는 선진국은 없다.  
 
소셜연금은 투자상품이 아니다. 1935년 대공황의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사회적 안전망이다. 특히 저축할 여력조차 없었던 근로자에게는 노후를 지탱하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그 마지막 버팀목까지 22% 잘라야 하는 날이 온다면 저소득 시니어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경제적 불안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평생 일하고 세금을 냈는데, 국가는 나를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박탈감이 남게 된다.  
 
소셜연금 제도의 명확한 개혁과 개선은 현재 미국의 위상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최인성 경제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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