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의 주방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식은 한인이 만든다’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한식당 주방의 핵심 인력이던 한인 찬모가 은퇴하고 신규 인력 유입도 끊기면서 라틴계 조리사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어서다. 된장찌개와 갈비탕은 물론 손질과 양념 조절이 까다로운 간장게장까지 이들의 손에서 완성된다.
이러한 변화는 가주 외식업계 전반의 인력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LA타임스가 지난달 보도한 캘리포니아 공공정책연구소(PPIC) 2023~2024년 자료 분석에 따르면 가주 전체 조리사의 82%가 라틴계였다. LA카운티에서도 조리사를 포함한 식당 종사자의 64%를 차지했다.
문제는 숙련된 한인 조리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한식당에서는 월급 6000~9000달러를 제시해도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LA한인타운 형제갈비 주방에서 라틴계 직원이 갈비탕을 조리하고 있다. 송윤서 기자
형제갈비의 주부권 대표는 “비자 스폰서까지 제시해도 숙련된 한인 지원자는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이 식당에서는 기본 소스와 육수를 한인 주방장이 만들지만 된장찌개와 갈비탕은 11년 차 라틴계 직원들이 전담한다.
한인 조리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업주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한 라틴계 직원들에게 한식의 손맛을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양념과 육수의 기준을 정하고, 반복 조리를 통해 맛을 익히게 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정해진 조리법을 따르지만 10년 넘게 경험이 쌓이면 음식의 간을 조절하고 양념의 미묘한 차이까지 구분한다. 단순한 보조 인력이 한식의 맛을 책임지는 조리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주방 직원 전원이 라틴계인 신촌설렁탕의 주상근 대표는 “기본 레시피를 잘 만들면 일을 배운 라틴계 직원들이 일정한 맛을 성실하게 유지해 낸다”고 말했다.
한식당 소반도 업주 부부를 제외한 주방 인력 8명이 라틴계다. 박영희 대표는 “13년간 함께 일한 직원들 가운데 간장게장까지 제대로 만드는 조리사가 4명”이라며 “처음에는 보조 역할이었지만 이제는 주방의 중심”이라고 덧붙였다.
인건비 부담에 이민 노동시장 변화까지 겹치면서 한식당의 경쟁력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만드느냐’보다 ‘얼마나 한결같은 맛을 내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숙련된 직원들이 오랫동안 주방을 지킬 수 있는 근무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주방 인력의 약 80%가 라틴계인 미아리칼국수의 김미원 대표는 “오버타임을 정확히 지급하고 정기적으로 임금을 올려 투잡 부담을 줄이려 한다”며 “직원이 오래 남아야 맛도, 서비스도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한인 찬모들이 지켜온 손맛은 이제 국적과 언어의 경계를 넘어 전해지고 있다. 한식 주방을 지키는 사람들은 달라졌지만, 수십 년간 쌓아온 한국의 맛은 이들의 손에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