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코스피 덮친 ‘AI 버블’ 쇼크, 이번엔 다르다?…거세진 월가 경보음

중앙일보

2026.10.19 00:16 2026.10.19 00: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인공지능(AI) 투자 버블(거품)에 대한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AI 버블 우려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 증시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과거 ‘닷컴 버블’ 등과 비교해 “이번에는 다르다”는 반론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지난 9월 1일 미국 조지아주 유니언시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TL11 데이터 센터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1일 미국 조지아주 유니언시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ATL11 데이터 센터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AI 버블을 우려하는 핵심은 AI가 미래 산업 지형을 흔들 ‘게임 체인저’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아니다. AI 산업이 현재 투자 규모와 차입 부담을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큰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10조 달러 규모 AI 인프라 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America’s $10tn AI infrastructure boom is starting to fray)’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 곳곳에서 짓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센터는 AI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인프라다.

FT는 규제정보업체 레그레이어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최소 47건이 지연·철회됐거나, 승인이 보류됐다고 짚었다. 레그레이어는 47건도 최대 규모 프로젝트만을 대상으로 한 “보수적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FT 자체 조사 결과 올해 미 전역에서 1000곳 넘는 지역 사회가 AI 인프라 구축에 대한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이나 다른 제한 조치를 도입하려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투자은행 번스타인도 미국에서 계획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중 약 35%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18일 ‘AI 주식시장의 출렁임이 일깨우는 교훈: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The AI Stock Market Wobble Is a Reminder: This Time Isn’t Different)‘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AI 산업이 기대만큼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과잉투자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840년대 영국의 철도 투자 거품과 2000년대 전후 ‘닷컴 버블’을 거론하면서다.

매킨토시는 “과거 대규모 철도·인터넷 투자가 사회 전체에 막대한 혜택을 가져왔다”면서도 “수익을 실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경쟁 심화로 이익이 기대에 못 미쳐 투자자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겼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하더라도 충분한 이익을 거두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을 낭비할 수 있고, 반대로 투자가 위축하면 반도체 등 관련 기업의 실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17일 최근 코어위브(데이터센터 임대업체)의 자금 조달 불안 이슈가 AI 관련 투기등급 채권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가 “가파른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 속에서 AI를 둘러싼 공포와 탐욕 사이 간극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며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빚을 늘린 기업이 향후 현금 흐름으로 원리금을 갚을 수 있을지가 시장의 핵심 쟁점”이라고 짚었다.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위브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데이터센터 임대업체 코어위브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CNBC에 따르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14일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확대에 기반하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랙록은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다. AMD와 브로드컴 등 반도체 기업과 AI 인프라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경고가 유독 관심을 끄는 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에 한국이 깊숙히 연결돼 있어서다. 국내 증시 개인 투자자 자금 상당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관련 업종에 쏠려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76% 오른 5768에 장을 마감했다. 다만 폭락 끝에 반등이었다. 지난 6~15일에는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해당 기간 지수 낙폭이 20.7%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코스피가 6거래일 이상 연속 하락하고, 15% 이상 폭락한 급락장은 이번을 포함해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 AI 버블 우려 등 5차례에 불과했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란 말이 맞다면, AI 버블은 터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거품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워런 버핏이 참고한다는 투자자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18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이 특정 시장에 거품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한다면, 실제 거품이 있더라도 그 규모가 억제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AI를 전형적인 거품 국면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를 앞두고 시장 과열을 경고한 막스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AI 관련주에 대해 거품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투자자가 위험을 외면한 채 무조건 수익률 상승만 기대하는 단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술주 상승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과거 거품과 비교하며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