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SBVA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유튜브 창업자 스티븐 첸의 모습. 사진 SBVA 제공
“일론 머스크도 처음부터 정답을 알았던 건 아니다.”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이 한국 창업가들을 만나 건넨 조언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 SBVA 초청으로 방한한 첸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SBVA 본사에서 ‘한국에서도 유튜브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를 주제로 이준표 SBVA 대표와 대담을 나눴다. 현장에는 스타트업 대표와 예비 창업자 등 70여명이 모였고, 중앙일간지로는 중앙일보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대만계 미국인인 첸은 1999년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에 초기 개발자로 합류했다. 페이팔의 설립자와 최고경영자(CEO)였던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의 논쟁을 지켜보며 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는 “틸도, 머스크도 처음부터 정답을 알았던 건 아니다”라며 “한 걸음을 내디뎌야, 그 길이 맞는지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실패를 할지라도 도전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2005년 페이팔 동료들과 유튜브를 세운 첸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상 기술 개발을 이끌었고, 이듬해 유튜브를 구글에 16억5000만 달러(1조5900억원)에 매각하며 억만장자가 됐다. 현재는 대만에 머물며 아시아 창업가를 지원하는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대담과 청중 질의응답을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SBVA본사에서 열린 대담에 참석한 유튜브 창업자 스티븐 첸(오른쪽)이 이준표 대표와 대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 SBVA 제공
Q : 유튜브를 창업할 때부터 지금의 모습을 구상했나.
A : 페이팔에서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가 싸우고 논쟁하며 사업 방향을 정하는 걸 지켜본 건 좋은 경험이었다. 틸도, 머스크도 처음부터 정답을 알진 못했다. 유튜브도 데이팅 사이트로 시작해 이용자 반응을 보며 현재 형태로 바뀌었다. 별도 프로그램 없이 웹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한 결정이 핵심이었다.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현실로 실현하고, 방향을 바꿔가는 것이다. 한 걸음 내디뎌야 그 길이 맞는지도 알 수 있다.
Q : AI로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시대다.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나.
A : 중요한건 서비스와 사용자의 관계, 즉 유대감과 충성도다. 사용자가 단 1분을 쓰더라도 서비스와 연결이 깊어져야 한다. 유튜브는 구독자가 늘고 채널 주소가 알려지면 이용자와 창작자, 플랫폼 사이에 생산적인 관계가 맺어지고 충성도가 쌓이게 된다. 그 자생적 선순환이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Q : AI로 콘텐트도 무한히 만들 수 있다.
A : 생성 AI 콘텐트는 이제 사람이 만든 것과 구분하기 어렵다. 수익 배분부터 브랜드와 저작권 문제까지 고민되는 지점이 너무나 많다. 창작자 없는 유튜브는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AI가 모든 걸 바꾸고 있다.
Q : 평소 유튜브를 즐겨 보나.
A : 여전히 많이 본다. 주로 AI의 새로운 흐름이나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한 콘텐트를 본다.
대담 뒤 한국 (예비)창업가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티븐 첸의 모습. 사진 SBVA
Q : 자녀들에게 유튜브 등 SNS 교육은 어떻게 하나.
A : 틱톡은 못 깔게 한다. 유튜브도 밤 9시30분이면 끄라고 한다. 기술에는 열린 편이지만 쇼츠 등 짧은 콘텐트가 아이들의 집중력에 미칠 영향이 걱정이다. 20~30분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할까. AI 의존은 문제 해결 능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Q : 폭발적으로 성장해가던 유튜브를 구글에 매각한 이유는.
A : 악몽 같은 시기가 있었다. 전 세계인이 영상을 보기 시작하며 엄청난 비용이 들었고 저작권 문제도 불거졌다. 법률 문제를 풀어가는 데 구글의 도움이 필요했던 게 매각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Q : 한국 창업가가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으려면.
A :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모르는 사람들뿐인 행사에 가서 고객을 만나고 내 제품을 말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 가서도 한국어 쓰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린다면 주소만 옮긴 셈이다.
Q :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 아이디어가 있다면 시도했으면 한다. 그 생각이 통하는지 알아보는 데 3~6개월이면 된다. 실패해도 다른 직장에선 배울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실리콘밸리는 실패를 보는 시선이 다르다. 대만에선 위험을 충분히 따져봤냐는 말을 듣지만, 실리콘밸리엔 실패하고도 다시 도전하며 서로 격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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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이건희, 그 말에 홀렸다…20대 사업보국 키즈의 탄생
“초일류 될 거 아니었으면 안 했다.” 2002년생 서예찬 로소타 대표가 창업하며 세운 기준이다. 서울대 의대 본과 3학년인 그는 지난 5월 수술 로봇에 적용할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서 대표가 ‘초일류’의 꿈을 키운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였다. 1997년 나온 이 책엔 기업을 세계 무대로 이끌기 위한 이 전 회장의 고민이 담겨 있다. AI와 로봇으로 미래를 열겠다는 청년은 수십 년 전 경영자의 결단에서 자신이 세울 회사의 길을 찾았다.
국내 스타트업 창업 현장에, 이처럼 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의 의지로 무장한 20대 청년 창업가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AI가 글로벌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현 시점, 한국 스타트업계에 다음 10년을 주도할 새로운 맹아가 돋아나고 있는 걸까. 이들은 왜 나라와 애국을 말하며 선대 기업인의 발자취에서 길을 찾는 걸까. 팩플이 청년 창업가와 이들을 지켜본 투자자, 학계 인사들을 만나 그 가슴 뛰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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