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야마구치 아카네(29·일본)가 이번에도 안세영(24, 삼성생명)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본 매체도 야마구치가 천적이자 배드민턴 여왕인 안세영을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일본 '배드민턴 스피릿'은 19일(이하 한국시간) "야마구치가 안세영에게 접전 끝에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며 "두 선수는 지난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결승에서도 대결했다. 이번 경기는 올 시즌 두 선수의 8번째 맞대결이었다. 야마구치는 이번 시즌 아직 안세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세계랭킹 3위 야마구치는 또 한 번 안세영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18일 덴마크 오덴세 SJF 방크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덴마크 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에게 게임스코어 1-2(23-21, 14-21, 18-21)로 역전패하며 준우승했다.
야마구치로서는 통한의 패배였다. 그는 시작부터 매서운 공격을 몰아치며 안세영을 흔들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 패배를 되갚아주려는 듯 모든 걸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1게임은 듀스 접전 끝에 야마구치가 23-21로 승리했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두 번째 게임도 팽팽했다. 야마구치는 정교한 네트 플레이를 구사하며 천하의 안세영도 여러 차례 몸을 날리며 무릎 꿇게 했다. 한때 13-11로 앞서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안세영에게 내리 7득점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뒤집혔고, 야마구치는 14점에 묶이며 마지막 3게임으로 향하게 됐다.
운명의 3게임, 안세영이 오른쪽 발을 삐끗하는 부상 변수까지 발생했다. 야마구치는 이를 놓치지 않고 11-5까지 달아난 채 인터벌을 맞았다. 그러나 안세영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특유의 철벽 수비와 괴물 같은 집중력으로 9-12에서 7연속 득점을 올리며 역전했고, 야마구치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역전 우승을 확정했다.
야마구치의 마지막 샷이 라인 바깥에 떨어지는 순간 안세영은 주먹을 휘두르며 기뻐했다. 반대로 야마구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아쉬워했다. 야마구치는 이번 패배로 안세영 상대 10연패의 늪에 빠졌다.
승리가 손에 닿을 뻔 했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 배드민턴 스피릿은 "야마구치는 자신의 천적을 상대로 오랜만에 승리를 노렸다"라며 "야마구치는 1게임을 승리하며 우승까지 한 게임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여왕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또한 매체는 "안세영은 2게임 들어 날카로운 공격과 철벽 수비로 점수를 쌓았다"며 "안세영은 3게임 후반 들어 지지 않겠다는 듯 속도를 높였다. 야마구치도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실수까지 겹치며 7점을 연속으로 내주고 역전을 허용했다. 경기 막판에는 안세영이 그대로 치고 나갔다"고 덧붙였다.
일본 팬들도 격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곧 30대에 접어드는 야마구치가 이 정도로 안세영을 몰아붙였다는 데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한 팬은 "지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절대 강자 안세영 선수에게 한 게임을 따냈다는 게 대단하다"며 "안세영 선수의 경기 후반 공격력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정말 강했다"고 감탄했다.
한편 안세영도 야마구치를 가장 까다로운 숙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우승 후 BWF와 인터뷰에서 "야마구치는 내 최고의 라이벌이다. 나는 언제나 야마구치를 이기고 싶고, 그는 내가 훈련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며 "왕즈이와 천위페이도 라이벌이다. 그런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라이벌 관계는 선수를 더 발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