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최전선에 있는 앤트로픽조차 ‘자신들이 만든 기술’의 고용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AI 에이전트의 업무 시간은 올해 인간 직원의 6배를 넘어섰고, 신입 개발자 채용은 지난해 대비 3분의 1 토막 났다. 이런 상황에서 앤트로픽은 회사 지분의 5%를 AI가 일자리에 미칠 사회·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공익 기금에 출연하기로 했다. 스스로 만든 AI의 파고에 개발사가 내놓은 일종의 구제책인 셈이다.
앤트로픽은 18일(현지시간) “AI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많은 노동자에게 불안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앤트로픽 공익기금’을 조성해 지분 5%를 출연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 가치보다 회사 가치가 50% 성장할 때마다, 이사회 재량에 따라 지분 2%를 추가로 넘긴다. 이 펀드는 AI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충격을 해결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지원, AI의 영향을 받은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직접 분배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사용된다.
앤트로픽이 공익기금 명목으로 내세운 ‘급격한 AI 발전으로 인한 노동 시장 불안 및 일자리 충격’은 앤트로픽 내부에서도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이다. 앤트로픽이 지난 16일 발표한 내부 고용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부서에서 주니어 직원들은 빠르게 줄고 있다. 코드 작성과 버그(오류) 찾기 업무는 AI에 넘길 수 있게 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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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채용도 확 줄인 앤트로픽…“2030년엔 AI가 업무 75% 대신할 것”
기술직 신규 채용 중 주니어 비율은 지난해 초 약 27% 수준에서 올해 5월 9%까지 떨어졌다. 전체 기술직 중 주니어 직원의 비중도 21%에서 14%로 감소했다.
김경진 기자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인 행정 인력도 거의 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는 AI 에이전트가 채웠다. 실제 앤트로픽의 한 임원 비서는 “단순 행정 업무는 이미 클로드가 대체하고 있다”며 자신은 ‘비서실장’급의 상위 업무로 옮겨갔다고 전했다.
앤트로픽 내 AI 에이전트의 작업 시간은 올해 3월 인간 직원의 근무 시간을 돌파했다. 8월에는 근무시간으로만 봤을 때 AI가 인간보다 6배 더 많이 일했다. 이 가운데 에이전트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사람이 일일이 읽는 것만으로도 주당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이 소모되는 현상이 발견돼 ‘인간의 주의력’이 AI 도입의 주요 병목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내부 연구 조직인 앤트로픽 연구소는 “앤트로픽 직원들은 2030년까지 업무의 75%를 AI가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존 재직자는 AI를 통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보호받지만, 시장에 새로 진입해야 하는 청년·신입 인력이 아예 채용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