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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의 뉴스터치] 카메라와 마주한 장관들

중앙일보

2026.10.19 08:02 2026.10.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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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 정치부 기자

허진 정치부 기자

2018년 미국 PMC(PubMed Central)에 등재된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들은 보안 카메라로 촬영할 때 부정행위를 덜 저질렀다. 권위적 방식의 감시가 규칙을 더 잘 지키게 만든 것이다.

사실 누군가 볼 때와 보지 않을 때의 행동이 달라진다는 건 상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정책 의지를 표출한 2020년 7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값 문제에 관한 TV 토론 뒤 “그래 봤자 집 값 안 떨어진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토론에선 집값이 잡힌다는 취지로 ‘방송용’ 발언을 해놓고, 방송이 끝나 카메라가 꺼진 줄 알았을 때는 ‘비방용’ 본심을 드러낸 걸로 받아들여져 파장이 일었다. 이처럼 진짜 속내는 불특정 다수가 나를 보지 않고 있다는 안도 속에서 나온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은 영상은 날것의 참다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장관들이 모여 국무회의 생중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 회의라 말을 못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못한 말은) 비공개 회의에서 하면 된다”며 계속해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무회의 과정이 카메라에 노출되며 장관들은 3중의 감시망에 놓이게 됐다. ▶대통령 ▶첨예한 이해관계자 ▶강성 지지층. 그들이 장관의 한마디 한마디를 실시간 감시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앞에서 ‘예스’라고 말하는 암묵적 규칙을 어기고 ‘노’라고 할 수 있을까.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도 모자를 판에 자꾸 카메라로 찍어대니 꽁무니를 빼는 전략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의 브리핑을 생중계한다고 했을 때 ‘얼마나 가겠나’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계속되는 걸 보면 한 가지 소득은 분명하다. 다음 정부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허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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