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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25㎞’ 크루즈의 재앙…고속도로서 2명 앗아갔다

중앙일보

2026.10.19 08:07 2026.10.1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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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북 장수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주행보조장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시속 125㎞로 설정한 토레스 SUV(뒤쪽 흰색)가 앞서가던 SM7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 사고가 났다. 이날 소방당국이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지난 12일 전북 장수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에서 주행보조장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시속 125㎞로 설정한 토레스 SUV(뒤쪽 흰색)가 앞서가던 SM7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5중 추돌 사고가 났다. 이날 소방당국이 출동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전북소방본부]

터널 공사로 차량이 서행하던 고속도로에서 5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40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운전자가 사고 당시 주행 보조 장치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작동한 채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전북 장수경찰서는 19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는 지난 12일 낮 12시 55분쯤 전북 장수군 통영대전고속도로 하행선 장수분기점(JC)에서 서상나들목(IC) 방향으로 약 3㎞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A씨가 몰던 ‘토레스’ SUV가 앞서가던 ‘SM7’ 승용차를 들이받았고, 이 충격으로 앞쪽 차량 3대가 잇따라 부딪혔다. 이 사고로 SM7 뒷좌석 60대와 7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다른 차량 탑승자 11명이 다쳤다.

A씨는 사고 직후 경찰에 “크루즈 기능을 켜고 운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설정 속도는 시속 125㎞였고, 해당 구간의 제한 속도는 100㎞다. 다만 실제 주행속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은 터널 공사로 차량이 서행 중이었다. 경찰은 A씨의 SUV가 앞차와의 거리를 제대로 확보했는지, 감속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다른 차량 탑승자와 목격자 등은 참고인 조사에서 “뒤따르던 SUV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연쇄 추돌이 발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CC는 카메라와 레이더 등으로 앞차와의 거리, 상대속도를 파악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가속·감속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정지한 물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었을 때 제동까지 시간이 걸리는 한계가 있어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를 대체하는 기능은 아니다. ACC 작동 중 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ACC를 켠 채 일어난 고속도로 사고로 23명이 숨졌다. 치사율(71.9%)은 전체 고속도로 사고의 7배에 달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ACC에 쓰이는 레이더·카메라 등은 멈춰 있는 물체를 완벽하게 인식하지는 못한다”며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정차한 차량이나 공사 차량을 후방추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도 “라이다(LiDAR) 등을 사용하는 자율주행차는 레이저를 통해 물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지만, ACC는 역광이나 안개 등 주변 상황에 따라 판단이 잘못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고속주행 때는 ACC 작동이 더 불완전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시판 차량 2대를 시험한 결과 정차 차량을 회피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시속 80㎞ 수준에 그쳤다.

유럽 신차안전도평가(유로NCAP)와 미국 소비자단체 컨슈머리포트(CR)는 주행보조 시스템을 시험해 업체별 결과를 공개한다. 국내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는 자동긴급제동 등 개별 기능 위주로 평가할 뿐 주행보조 시스템을 종합 평가하지는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마다 성능이 다른 만큼 국내에서도 평가 결과를 구매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방주시 태만,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 책임인 만큼, ACC는 보조 기능일 뿐이란 걸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희.석경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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