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고물가와 공공 환경 악화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대규모 폭력·약탈 사태로 번진 데 대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다. 15%대 역대 최저 지지율, 악화한 경제 상황 등으로 가뜩이나 입지가 좁았던 마크롱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약탈과 폭력에 대해 “분노와 수치심을 느낀다”며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17~18일 전국에서 벌어진 시위로 약 2400명이 체포되고 경찰관·소방관 등 약 10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프랑스 소매·상업연맹은 1500여 개 사업장이 약탈당했고 피해 규모가 수억 유로라고 추산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 일부 지역 당국에 제한적인 통행금지 시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불타는 거리 -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파리 거리가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에 정부의 대응 미숙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정보기관은 10만 명 정도가 시위에 참여할 거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5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큰 피해를 본 것이 치명타다. 마르세유와 릴, 리모주에선 시위대가 시청 건물에 침입했고 143년 전통의 리모주 시청사, 174년 된 리옹 관광안내소는 방화에 파괴됐다. 피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국가 실패”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시위가 예고됐음에도 마크롱이 16일 밤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가수 셀린 디옹 콘서트를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며 더 큰 비판에 휩싸였다.
잿더미 시청 - 리모주 시청이 시위대의 방화로 파괴된 모습. [AFP=연합뉴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프랑스의 소요 사태가 이민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8일 트루스소셜에 “증오를 품은 이민자들이 한때 위대했던 나라를 산산조각 냈다”고 적었다.
판치는 약탈 - 일부 시위대는 매장을 약탈하는 등 시위는 점차 격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차기 대통령선거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경 우파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에겐 호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청 등이 불타는 영상은 대중 불만을 키우고, 신속한 시위 진압을 촉구한 르펜 등 민족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르펜은 18일 소셜미디어 영상에서 “국민은 정부의 긴축 정책과 과도한 세금 부과, 반란을 일으킨 (극좌) 선동가들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지쳐 있다”며 정부와 좌파 세력을 동시에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