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현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가 지난 5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우 김수현씨가 본인에 대한 명예훼손 내용이 담긴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채널을 삭제해 달라고 유튜브에 요청했다.
김씨 측은 지난 6일 유튜브에 가세연 채널 폐쇄를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요청 사유로 가세연이 유튜브의 ‘괴롭힘 및 사이버 폭력에 대한 정책’을 위반했음을 들었다. 김수현의 법률대리인 고상록 법무법인 필 변호사는 “가세연이 AI로 조작한 음성 등 허위 증거를 근거로 김 배우의 명예를 훼손하고 협박한 혐의가 수사로 확인됐다”며 “2차 피해 근절을 위해 채널을 조속히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씨 측은 지난 3일 가세연이 올린 본인 관련 영상 30개를 삭제해 달라고 유튜브에 요청하기도 했다.
김세의 가세연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25차례에 걸쳐 유튜브로 허위 사실을 송출해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지난 6월 구속 기소됐다. 김 대표는 ‘김씨가 고(故) 김새론이 15세였을 때부터 교제했고, 법조인을 통해 그를 협박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김씨를 비방하기 위한 거짓 사실이라고 봤다. 검찰이 김 대표의 혐의를 인정한 지 4개월이 흘렀으나 관련 영상 30건은 가세연 채널에 여전히 게시돼 있다.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유튜브가 타인에 대한 권리침해 의혹을 받는 채널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논란이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유튜브는 구제역(본명 이준희)·카라큘라(본명 이세욱)·주작 감별사(본명 전국진) 등이 유튜버 쯔양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 2024년 7월 3개 채널에 대해 수익 창출을 중단했을 뿐 영상이나 채널 삭제는 하지 않았다. 당시 세 사람이 사이버 레커로서의 위세를 과시하며 협박·공갈한 혐의로 경찰 수사 중이었으나 유튜브가 이들 채널을 선제 차단하지 않아 또 다른 범죄 가능성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는 쯔양이 전 남자 친구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한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돈을 뜯어낸 혐의를, 카라큘라는 이를 권유한 혐의를 받아 현재 모두 형이 확정됐다. 카라큘라 채널은 지난 5월 미상의 이유로 폐쇄됐고, 구제역은 지난해 11월 모든 영상을 삭제했다. 주작감별사는 아직 활동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에는 허위·조작 정보 차단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당시에는 플랫폼의 과도한 차단을 우려해 ‘입틀막법’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김씨 사례처럼 수사기관이 권리침해 혐의를 확인한 게시물조차 차단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안에 의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피해자 요청 없이도 권리침해 게시글을 ‘임의로 임시조치’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세의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 6월 기소됐음에도 유튜브는 채널이나 영상을 선제 차단하지 않았다.
법원을 통해 영상을 삭제할 수도 있으나 조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고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법원에 영상물 삭제 및 게재 금지를 신청했고 심문 기일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며 “신청부터 심문까지 한 달 반이 걸릴 정도로 오래 걸려 그사이에 문제의 영상물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고 했다.
배우 김수현이 지난해 3월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에서 미성년자였던 배우 고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법원의 본안 혹은 가처분 판결 이전에 플랫폼이 권리침해 영상물을 선제적으로 검토·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 변호사는 “플랫폼이 조치하기 전까진 명예훼손 게시물이 2차 피해를 양산하고 재범을 부를 위험이 있다”며 “정통망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의 실질적 책임이 강화된 만큼 수사기관 판단을 근거로 위해 영상물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