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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2’ PD “전쟁은 막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원섭의 와칭]

중앙일보

2026.10.19 14:00 2026.10.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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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서바이벌 예능, '더 커뮤니티' 시리즈를 기획 연출한 권성민 PD. 사진 웨이브 제공

화제의 서바이벌 예능, '더 커뮤니티' 시리즈를 기획 연출한 권성민 PD. 사진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라는 제목의 예능 프로그램 시리즈가 있습니다. 지상파도 종편도 넷플릭스도 아니고 토종 OTT인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콘텐트라서 확실히 일반 대중에 대한 파급력은 떨어지지만, 작품성만큼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2024년 공개된 시즌1은 그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능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는 예능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26년 10월 9일, 시즌2의 결말이 공개된 뒤로 지금 온라인 세계가 시끌시끌합니다. '대하 정치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는 의견에서 '9회까지 올해 최고의 콘텐트였는데 10회(최종회)는 끔찍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시즌1은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 시즌2는 ‘더 커뮤니티 2: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엄청나게 긴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이하의 글에서는 편의상 ‘시즌1’과 ‘시즌2’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분도, 아예 ‘서바이벌 예능’이 뭔지 모르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한 공간 안에 성별, 교육 수준, 신체 능력이 제각기 다른 출연자들을 모아놓고 최종 생존자를 가리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2000년 미국에서 ‘서바이버’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2013년 ‘더 지니어스’의 성공 이후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커뮤니티’는 단연 독특한 축에 속합니다.
'더 커뮤니티' 시즌2의 포스터. 사진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 시즌2의 포스터. 사진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는 특정 공간 안에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을 구현해 놓고, 구성원들의 갈등과 문제 해결 방식을 관찰하는 지적 쾌감을 제공합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일찌감치 ‘문과형 서바이벌’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저라면 ‘가장 지적인 서바이벌’이라고 부르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궁금해 권성민 PD(40)를 만나봤습니다. 권 PD는 2012년 MBC에 입사해 ‘가시나들’, ‘두니아’,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V2’ 등을 연출했고, 현재는 MBC의 외부 제작 스튜디오 ‘모스트267’ 소속입니다.

PD 지망생이라면 으레 TV를 끼고 살았을 것 같지만, 권 PD는 학창 시절 당대 최고 인기 예능이던 ‘무한도전’조차 챙겨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교회를 통해 탄자니아에서 우물을 파고, 부르키나파소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등 국제 구호 프로젝트에 매달렸죠. 그는 “아마도 자소서에 이런 경험이 들어간 덕분에 차별화에 성공해 방송사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합니다.
'더 커뮤니티' 시즌2의 전체 출연진. 사진 웨이브 제공

'더 커뮤니티' 시즌2의 전체 출연진. 사진 웨이브 제공


Q : ‘더 커뮤니티’ 시즌2를 기획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A : 웨이브에서 제작을 승인한 게 2025년 연말이다. 그때부터 팀을 꾸려 섭외를 시작했고, 촬영은 5월 말 강화도에서 8박 9일간 진행됐다.


Q : 기획안을 제출했을 땐 이미 구상이 다 끝나 있었던 것 아닌가?
A : 시즌1과 달리 경제를 주제로 삼는다는 점, 세 팀으로 나누어 진행한다는 점 등 핵심 얼개는 당시 기획안에 다 들어 있었다. 거의 1년 가까이 혼자 구상한 내용이다. 2026년 초 작가들과 PD들이 합류하면서 구체적인 룰과 세부 게임, 출연자 섭외, 제작상의 안전장치 등이 정교하게 완성됐다.

잠시 설명. ‘커뮤니티’ 시즌1이 한 사회 안에서 개인 간의 이념 대결을 다뤘다면, 시즌2는 경제에 기반을 둔 일종의 ‘국제정치 게임’입니다. 13명의 출연자는 화이트 팀 6명, 레드 팀 3명, 블루 팀 3명, 블랙 팀 1명으로 나뉘어 플레이를 시작합니다. 각 팀은 하나의 국가에 해당합니다. 화이트 팀은 거래를 위한 ‘보석’을 발행하고, 블루 팀은 생존에 필요한 ‘라이프’를 생산하며, 레드 팀은 경기 진행에 필요한 ‘크레딧’을 만듭니다.

경쟁력이 다른 세 국가가 삼국지처럼 경쟁하며 생존을 도모하는 셈이죠. 비유하자면 ‘보석’은 달러 같은 기축통화, ‘라이프’는 석유, ‘크레딧’은 과학기술을 연상시킵니다. 여기에 단독 플레이어인 ‘블랙’은 서로에게 필요한 자원을 교환하고 식량을 판매하는 거대 플랫폼의 역할입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엔 살아남은 사람들이 총상금 2억 원을 나눠 갖습니다. 1명만 남으면 2억 원을 독식하지만, 5명이 남으면 4천만 원씩 차지하는거죠. 모든 출연자가 겉으로는 '평화와 공존’을 외치지만 시스템상 ‘라이프’의 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탈락자는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화이트, 레드, 블루, 블랙, 네 팀으로 나뉜 출연진. 사진 웨이브 제공

화이트, 레드, 블루, 블랙, 네 팀으로 나뉜 출연진. 사진 웨이브 제공


Q : 인원도 가장 많고 통화를 발행하는 화이트는 누가 봐도 미국을 상징하는 것 같다.
A :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70여 년간 세계 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의 리더십을 되짚어볼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질서를 유지하고 전쟁을 피하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명분과 실리 사이의 갈등, 죄책감, 그리고 위선적인 구조가 현실 국제정치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조명해보고 싶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서 푹 빠져든 것도 비슷한 문제 의식 때문인 것 같다.


Q : 나머지 레드와 블루도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건가?
A : 블루는 산유국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고, 레드는 천연자원 대신 기술에 특화된 나라, 굳이 대입하자면 한국 같은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국제정치는 훨씬 더 복잡한 변수들로 움직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와 1:1로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모델은 아니다.

다시 잠시 설명. 시즌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치는 바로 ‘전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두가 끝까지 생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무력을 통해 남의 자원을 빼앗는 시도가 허용됩니다. 다만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제출하는 ‘전쟁 비용’은 참가자들의 최종 상금 합계에서 삭감되기 때문에, 승자 역시 심각한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Q : 시즌2의 핵심 동력은 결국 ‘전쟁’이었던 것 같다.
A : 전쟁이 초래할 파괴적인 결과 때문에라도 솔직히 출연자들이 끝까지 전쟁만은 피하려 애쓸 줄 알았다. 전쟁이 안 일어났다면 방송의 재미는 덜했겠지만(웃음),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게 전쟁을 선택하는 걸 보며 놀라기도 했다. ‘인간의 합리적 선택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되었다.
"전쟁이 의외로 쉽게 일어나는데 놀랐다"는 권성민 PD. 사진 웨이브 제공

"전쟁이 의외로 쉽게 일어나는데 놀랐다"는 권성민 PD. 사진 웨이브 제공


Q : 하지만 전쟁이 없었다면 이른바 ‘멋진 신세계’ 같은 명장면도 탄생하지 못했을 텐데.
A : 이번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단 하루 만에 출연자 5명이 한꺼번에 쓸려 나가느냐 마느냐가 걸려 있었으니까. 마이야르(목진화/요리 연구가 겸 유튜버)가 결단을 내리기 직전 ‘감당이 되시겠습니까’라고 나지막이 읊조리는 오디오가 잡혔는데, 아마 화면 밖 제작진을 향해 던지는 경고였던 것 같다.


Q : ‘악마의 편집’은 아니었던 건가?
A : 전혀 아니다. 그 순간을 실시간 모니터로 지켜보던 제작진 모두 긴장감에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편집 과정에서 인물들의 영혼이 통째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담기 위해 배경음악만 세 번 바꿨다. 보면 볼수록 출연자들이 자신의 역할에 얼마나 몰입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Q : 여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비해 참가자들의 몰입도가 유독 깊었던 것 같다.
A : 촬영 기간만큼은 우리가 세운 세계관 안에 온전히 갇혀 있기를 바랐다. 출연자들의 전화기는 모두 회수했고, 룰 공지도 성우의 목소리로만 전달했다. 출연자들의 돌발 질문이나 요구도 철저히 세계관 내부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도록 통제했다.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가 지은 이름을 사용한다. 멤버 전원이 여성이었던 블루 팀의 지니, 소금, 피트. 사진 웨이브 제공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가 지은 이름을 사용한다. 멤버 전원이 여성이었던 블루 팀의 지니, 소금, 피트. 사진 웨이브 제공


Q : 의도한 대로 효과가 있었나?
A :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서바이벌에서의 탈락이란 짐 싸서 집에 가는 것뿐인데, 참가자들은 이걸 마치 현실의 ‘죽음’처럼 받아들였다. 그들이 감정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번민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봐야 했던 연출자로서, 심정적으로 몹시 괴로웠다.


Q : 연출자로서 자평하자면, 애초 기획의도는 몇 점 정도 실현된 것 같나?
A : 50점. 전반부까지는 거의 맞아떨어졌지만, 후반부는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전개의 연속이었다. 수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온갖 변수를 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전은 차원이 달랐다. ‘거래와 협상을 통한 견제와 균형만이 파국을 막는다’는 전제를 출연자들은 치열하게 수행해냈지만, 시청자 중 상당수가 그 결말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Q : 출연자 중 지니(이지나/배우)와 피트(이수민/배우)의 캐스팅 배경도 궁금하다.
A : 지니는 회계학 전공자에 유학파라 국제 경제를 다루는 내용에 어울리는 스펙을 갖추었고, 무엇보다 시즌1 출연자 중 한 명쯤은 이어 가고 싶었다. 제작진 입장에선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안전한 카드’이기도 했다. 반면 아역 배우 출신인 피트는 과거 ‘복면가왕’ 등에서 보여준 지독한 승부욕을 높이 샀다.


Q : 시즌1의 벤자민(임현서/변호사)과 시즌2의 벡터를 보면, 은밀한 배후 역할에 가장 유능해 보이는 엘리트를 배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A : 판의 균형을 쥐고 흔들어야 하는 핵심 롤인 만큼, 이미 다른 방송을 통해 지성과 순발력이 입증된 인물을 배치한 건 맞다.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쥐고 있으니 더 탁월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악(惡)이 언제나 더 지혜롭고 치밀하다’는 냉소적인 메시지를 던지려던 건 결코 아니었다(웃음).
권 PD가 MVP로 뽑은 출연자 레아. 사진 웨이브 제공

권 PD가 MVP로 뽑은 출연자 레아. 사진 웨이브 제공

제작진 입장에서 이번 시즌의 MVP를 꼽는다면?
A :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가장 잘 이해하고 구현해낸 플레이어를 꼽자면 레아(신혜원/JTBC 기자)이고, 룰을 가장 과감하게 파고들어 방송의 재미를 극대화해준 사람이라면 단연 마이야르, 공동 MVP다.


Q : 결국 이 프로그램은 교양인가, 예능인가?
A : 요즘 미디어 환경에서 그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말초적인 자극만을 좇는 예능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시청자에게 특정한 가치관이나 사상을 계몽하듯 주입하려는 프로그램은 결코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을 묻고, 그 선택과 결과를 지켜보는 거대한 사회 실험’이라면 기꺼이 동의하겠다.


Q : 차기작 구상은?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도 관심이 있나?
A : 물론 기회가 닿는다면 다른 장르도 두드려보고 싶지만, 웨이브가 허락만 해준다면 당연히 ‘더 커뮤니티’ 시즌3를 가장 먼저 만들고 싶다. 사실 이번 시즌2에서도 지정학적 변수를 녹여내고 싶어 고민이 많았는데, 제작비가 뒷받침된다면 시즌3에서는 구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송원섭([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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