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원들이 역사적 건물 유지와 수도자 공동체 지원을 위해 새로운 수입원 확보에 나섰다.
마드리드 인근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 위치한 산 후안 데 라 페니텐시아 수도원의 마리우카 메소네스 수녀는 "더는 자선만으로 살 수 없다"고 수입원 확보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모두 80세가 넘은 수도원 거주 수녀 아홉 명은 지난해 9월부터 수공예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공예품은 뜨개질로 만든 성탄 장식 인형부터 펜던트, 자석 장식까지 다양하다. 메소네스 수녀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아기 예수 인형을 넣는 작은 뜨개 요람"이라며 "수녀들은 작품을 만들 때마다 기도하고 그것을 받을 사람을 위해서도 기도한다. 그래서 특히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뜨개질로 만든 성탄 구유 세트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덧붙였다.
스페인의 많은 종교 기관과 마찬가지로 이 수도원도 역사적 건물의 유지와 보수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또 종교 소명을 선택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수입원을 찾아야 했다.
메소네스 수녀는 "공예품 판매 수익이 모든 비용을 충당하지는 못하지만 건물 보수와 유지 비용을 감당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도원은 17세기에 지어진 수도원 건물과 작은 박물관이 있는 예배당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메소네스 수녀는 "사람들은 이런 방문을 매우 좋아한다. 많은 질문을 하고 이런 역사적 건물과 우리의 삶의 방식에 큰 호기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원의 수녀들은 또 시우다드 레알 지역의 다른 수도원에서 만든 전통 과자도 판매하고 있다. 과자는 딸기잼을 넣은 쇼트브레드 쿠키에 초콜릿을 입힌 것으로 수녀들이 다시 포장해 판매한다. 메소네스 수녀는 "요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몇 달 사이 1000건 이상 판매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스페인 전역의 26개 수도원은 처음으로 '솔레테 렙솔'이라는 지역 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은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전통 레시피를 사용하는 정통 제과점이나 음식점을 선정하는 지역 평가 제도다. 콘템플라렐 재단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약 100개의 수도원이 만든 상품과 과자를 한곳에서 판매할 수 있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알레한드라 살리나스 재단 디렉터는 "많은 수도원에서 판매 지원 요청을 받았다"며 "비용을 충당하고 때로는 생존 자체를 위해서도 판매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 운영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시장에서 수도원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마드리드에는 실제 오프라인 매장도 문을 열었다. 현재 목표는 크리스마스 같은 종교 행사 시즌에만 판매가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고 연중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살리나스 디렉터는 "수도원 제품 판매는 주로 연중 세 번째 분기에 집중되는데 이는 판매가 정체되는 문제를 만든다"며 "수도원들은 일 년 전체 재정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제품의 연중 판매를 확대해 이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수도원은 건물 일부를 호텔이나 숙박시설로 개조하기도 한다. 세비야의 산타 파울라 수도원은 수입원을 다양화하기 위해 11개의 객실을 갖춘 새 게스트하우스를 건설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설계한 건축가 안토니오 메나는 "수도원은 문화유산 보호 대상이기 때문에 역사적 가치를 존중하며 매우 신중하게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나는 "우리가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과거 주거 건물의 폐허가 있던 지역이었다"며 "이를 새로운 용도로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시설에는 리셉션 공간과 욕실이 포함된 11개의 객실과 다목적실, 세탁실, 창고와 지원 시설 등이 들어서며 전문 운영 회사가 관리할 예정이다.
관광객 과잉 문제를 겪고 있는 세비야에는 이미 비슷한 방식으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수도원이 몇 곳 있다. 산 레안드로 수도원은 지난해 5월 호텔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춘 객실 4개를 개방했다. 이후 이곳은 예약 플랫폼 부킹닷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숙박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다.
메나는 이런 프로젝트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종교 공동체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경우에는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가능했다"며 "수도원이 여러 거리와 접해 있기 때문에 한쪽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과제는 수도 수녀들로 이루어진 종교 공동체의 본래 소명을 훼손하지 않고 수도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