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도널드 J. 트럼프 평화연구소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에게 국가과학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1주씩 나눠주겠다고 밝혔다. 총 15조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약속이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계획은 공개하지 않아 실제 이행 여부엔 물음표가 붙는다.
머스크는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내년에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스페이스X 주식 1주씩을 주겠다”며 “이는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일의 첫 번째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모든 어린이에게 스페이스X 주식을 1주씩 나눠주겠다고 밝힌 엑스(X) 게시물. X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스페이스X 주가는 147.96달러에 마감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추산한 18세 미만 어린이 약 7300만 명에게 1주씩 지급하려면 약 110억 달러(약 15조원)가 필요하다. 머스크의 순자산은 9000억 달러(약 1200조원)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이번 증여가 이뤄지더라도 머스크의 스페이스X 의결권 비중은 82%에서 81.9%로 0.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주식 지급에는 미국 정부가 도입한 어린이 투자계좌인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가 활용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머스크의 놀라운 관대함에 감사한다”며 “이것이 바로 트럼프 계좌를 만들 때 구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특정 연령이나 지역의 어린이에게 주식을 기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기부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받은 주식은 원칙적으로 5년간 매도할 수 없다. WSJ는 사설에서 “머스크는 수혜자들에게 소유권과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주식 5%를 공익기금에 출연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머스크는 앤트로픽의 발표에 “주식을 대중에게 직접 나눠줄 것을 권한다”고 반응했다.
머스크가 거액을 기부한 전례는 있다. 2021년 약 57억 달러(약 7조6000억원)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같은 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기아 위기에 처한 4200만 명을 돕기 위해 60억 달러(약 8조원)를 요청하자, 해당 금액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하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WSJ는 WFP가 실제로 머스크로부터 자금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관건은 약속이 실제 이행될 지다. 머스크는 2018년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할 자금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법적 문제에 휘말렸다. 이번에도 구체적인 지급 일정과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크 공글로프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머스크가 앤트로픽의 기부 발표에 자극받아 충분한 준비 없이 약속을 내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어린이들이 이 주식을 어떻게 받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알 필요조차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