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상 프로는 앙드레 김 패션쇼에도 섰던 분입니다. 축구의 안정환, 농구의 우지원, 골프의 홍순상. 스포츠계 3대 미남이죠.”
20일 서울 청담동 JB 골프클럽. LF 헤지스골프의 ‘스윙&스타일’ 행사에서 SBS 골프 한형구 아나운서가 그를 이렇게 소개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홍순상(45)은 넉살 좋게 받았다. “아나운서님이 빼먹은 게 있습니다. 아나운서계 최고 미남은 한형구 아나운서입니다.” 여성 참가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얼굴도 몸도 그대로다. 운동선수는 은퇴하면 살이 붙기 마련인데, 그는 현역 때 몸매를 지키고 있다. “아이들 돌보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점심을 거를 때가 많아요. 고민도 많고요. 그래서 살이 빠집니다.”
홍순상은 필드를 떠났다. 골프에는 명쾌한 은퇴가 없다. 팀에서 방출되면 끝나는 야구나 축구와 다르다. 40대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가 있고, 50세가 되면 시니어 투어가 기다린다. 투어 카드를 잃어도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끝이 없으니 희망이 남고, 끝이 없으니 놓아주기도 어렵다.
통산 5승, 2011년 대상 수상자인 홍순상도 그랬다. 2023년 1부 투어 시드를 잃은 뒤에도 돌아가려 애썼다. 결국 그의 은퇴 시점은 지난 7월이다.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다.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그게 은퇴가 됐습니다.”
현역 시절 그는 얼굴로 먼저 주목받았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는 무명이던 그를 보러 온 여성 팬이 당대 최고 스타 최경주의 갤러리보다 많았다. 그러나 운동 선수에게 잘생긴 얼굴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혹이 따르기도 하고, 불필요한 시선도 따라붙었다. 11년 전 기자와 만났을 때 그는 “외모가 아니라 골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했다.
LF 해지스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홍순상의 레슨을 촬영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은퇴한 뒤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패션 브랜드 앰버서더로 무대에 서는 일에는 외모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방지연 LF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2011년 헤지스골프 후원 선수로 KPGA에서 우승한 영광의 기억과 함께 브랜드와 맞는 룩앤필 때문에 섭외했다”고 했다. 그 룩앤필이 외모다. 그는 SBS 골프 아카데미에 출연하고, 성균관대에서 강의도 한다.
홍순상은 투어에서 가장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눈 오는 날에도 혼자 퍼트를 했다. 대회장에서 가장 늦게 철수하는 중계팀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퍼트하는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곤 했다.
제자들에게는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라고 제안은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아요.” 자기만큼 매달리지 않는 아이들이 다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각자의 장점을 살려주려 하고, 쇼트게임만큼은 연습한 만큼 나온다고 일러준다.
연습벌레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상이 바뀌었을 뿐이다. “주니어 다섯 명을 가르쳐요. 많지는 않은데, 매번 한 명 한 명에게 빙의해야 해서 쉽지 않습니다. 똑같이 가르쳐도 다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게 신기하고요.” 그는 “아이들이 잘하면 내가 친 것만큼 기분이 좋더라”고 했다.
바쁘게 지내느라 공허할 틈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그리운 것은 있다. “경기 끝나고 대회가 열리는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 경기가 아주 잘된 날 라운드를 마치고 악수할 때, 그리고 땅거미가 지고 경쟁자들은 다 돌아가 아무도 없는 연습 그린에 혼자 남았을 때의 뿌듯함 같은 것들이요.”
얼마 전 그는 제자와 함께 전남 무안의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 갔다. 이후 파3 연습장에서 제자의 훈련을 지켜보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더라고요. 현역 때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