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가 한국 공정위가 미국 기업에 부과한 10년 평균 과징금이 한국 기업의 21배라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뉴시스]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에 부과한 평균 과징금이 한국 기업의 21배에 이르며, 미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라 광범위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2016년 1월~2025년 12월 사이 공정위가 미국 기업에 부과한 평균 과징금이 약 390억원으로, 한국 기업 전체 평균인 약 19억원의 21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외국 기업이 부과받은 평균 과징금은 약 24억원으로, 미국 기업의 평균 과징금은 이들의 16.6배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국 혁신 기업이 직면한 한국의 경쟁법상 제약’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해당 기간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자료 3157건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 과징금의 총액은 명목 금액으로 약 6조6875억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2025년 가치로 환산한 실질 금액으론 약 7조5966억원이다. 보고서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개 그룹과 그 계열사를 ‘재벌 기업’으로, 나머지를 ‘비재벌 기업’으로 분류해서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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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때린 과징금, 미국 기업 81% 중국은 1% 미만”
이에 따른 한국 재벌 기업의 평균 과징금은 약 140억원이었다. 재벌 기업으로만 한정해도 미국 기업 평균이 이들의 2.8배라는 것이다.
차준홍 기자
미국 기업에 대한 과징금 대부분은 소수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이 차지했다. 퀄컴의 2017년 위반 2건(약 1조2000억원)과 구글의 2021년·2023년 위반 각 1건(약 3000억원), 또 2024년 쿠팡에 부과된 불공정거래행위 과징금(약 1660억원) 등 3개 기업 과징금이 분석 기간 미국 기업 전체 과징금 총액 약 1조7600억원의 96.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런 규제 부담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기술 기업들이 차별적이고 수탈적인 규제 정책을 준수하기 위해 혁신에 투입할 인력과 자본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미국 기업이 차지한 비중은 81% 이상인 반면, 중국 기업의 비중은 1% 미만이었다고도 강조했다.
ITIF는 의회에서도 공신력을 인정받는 비당파 싱크탱크다. 지난 7월 미 하원 법사위는 이른바 ‘쿠팡 보고서’를 발표하며 한국의 플랫폼 입법과 클라우드 보안인증 등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ITIF의 이전 분석을 인용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이 일정 매출 기준을 넘는 온라인 플랫폼에 별도 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을 들어 “집행 과정에서 미국 주요 기술기업에 대한 사실상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ITIF는 이번 분석이 “한국의 규제와 집행에 대한 더 광범위한 301조 조사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무역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먼저 301조 조사를 통해 한국에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가 없으면 “한국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기타 무역상 혜택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넘어선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국적과 관계없이 차별 없이 법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과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산정하며, 미국 기업의 평균 과징금이 높은 것은 퀄컴 등 소수의 대규모 제재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