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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서 김포공항 48만원”...외국인 관광 불편 신고 ‘역대 최다’ [방한 외국인 2000만 시대]

중앙일보

2026.10.20 13:00 2026.10.2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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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을 찾은 한 일본인 관광객은 택시를 탔다가 황당한 영수증을 받았다. 서울 명동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한 택시비로 무려 48만원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이 임박했던 그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요금을 지불했다. 이후 이 구간의 평균 택시요금이 3만원 안팎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그는 당국에 불편 신고를 했다. 조사 결과 이 택시기사는 미터기를 작동하지 않은 채 운행하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요금을 수동으로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K컬처 열풍을 타고 사상 첫 ‘방한 외국인 2000만명’ 시대를 목전에 뒀지만, 현장의 서비스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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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8월 누적 방한 외국인은 1504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6%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외국인 관광객은 2200만 명을 웃돌 전망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카드 결제액도 14조180억원으로 48.5% 급증했다.

그러나 외국인의 관광 불편 신고 건수 역시 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에서 접수된 외국인 관광 불편 신고 건수는 2057건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연간 신고 건수(1023건)의 두 배 수준이다. 방한 외국인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1593건)도 웃돈다. 신고 유형별로는 숙박·쇼핑·택시·공항(항공)·음식점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서울에 집중됐던 외국인 관광 수요가 지방으로 확산하면서, 불편 신고도 서울은 물론 부산·인천·제주 등 여러 지역에서 늘고 있다.

‘바가지 요금’ 논란은 여전하다. 한 미국인 관광객은 음식점에서 ‘식기ㆍ반찬 이용료’ 1만5000원이 별도 청구된 계산서를 받았다. 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달 서울에서 택시를 탄 뒤 요금이 자동결제 됐는데도 기사가 현장 결제를 다시 요구하는 일을 겪었다. 숙박업소가 이미 확정된 예약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객실을 더 비싼 가격에 다시 판매하는 사례도 나왔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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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차별 논란도 이어졌다. 한 필리핀 관광객은 주말 저녁 음식점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주인이 자신에겐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다. 그러나 이후 한국인 8명은 같은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했다. 다른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달 부산의 호텔에서 추가 이불과 무료 생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방한 관광객들의 여행 트렌드가 획일적인 명소 방문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일상 공간’으로 스며들면서, 이 같은 일상 속 불편 사례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방한 전 고려한 관광 활동은 식도락 관광(61.7%), 쇼핑(57.3%), 자연경관 감상(35.6%) 순이었다. 특히 K팝과 한류스타 관련 방문은 2024년 14.2%에서 지난해 17.1%로 증가한 반면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은 같은 기간 24.1%에서 21.6%로 감소했다.

문제는 주요 관광지와 달리 골목 상권 등 일상적인 공간엔 외국인을 위한 안내와 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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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문제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기준 서울의 공중화장실은 5703곳으로 일본 도쿄(약 4200곳)보다 많지만,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화장실 찾기’가 난관으로 꼽힌다. 골목 등에 개방된 민간 화장실 상당수가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구글맵 등에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탓이다. 도어록으로 잠겨 있거나 영어 안내 표지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서울 지역 화장실 위치만 따로 찾아주는 전용 앱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지난 1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떡집 앞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수십명이 늘어선 대기줄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취식 공간이 마땅치 않아 길에 서서 음식을 먹다 행인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태국에서 온 차왓 퉁싱차런(38)은 “한국의 길거리 음식은 훌륭하지만,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쓰레기를 들고 30분을 걸었다”고 전했다.

문화적 차이에 비롯된 불편도 나타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을 찾은 쿠르드(44)는 “두 번째로 한국 여행을 왔는데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할랄 음식을 찾기가 여전히 힘들어서 곤욕”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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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관광·문화시설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입소문을 타고 K-관광명소로 부상했다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은 약 23만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3.5%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일부 지역 박물관은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역 등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부족한 점이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방한 관광의 질적 성과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56.5%로 높은 편이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8%포인트 낮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평균 체류 일수는 2023년 7.8일에서 지난해 6.5일로 1.3일 줄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인의 일상을 소비하고 체험하는 새로운 현상은 한국 관광의 범위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들며 골목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관광 특수를 일회성 유행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편의시설을 늘리고 혼잡을 줄이려는 당국의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최현주.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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