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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샤넬도 루이비통도 철제 '방어벽'…추가 시위 예고에 긴장

연합뉴스

2026.10.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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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 매장들, 합판·철제 패널 설치 프랑스 정부, 24일 시위에 군 병력 투입 방침 재정적자·고물가·세대 갈등·이민자 논쟁까지 대선 앞두고 '극우에 유리할수도' 분석…르펜 '법과 질서' 강조
[르포] 샤넬도 루이비통도 철제 '방어벽'…추가 시위 예고에 긴장
파리 샹젤리제 거리 등 매장들, 합판·철제 패널 설치
프랑스 정부, 24일 시위에 군 병력 투입 방침
재정적자·고물가·세대 갈등·이민자 논쟁까지
대선 앞두고 '극우에 유리할수도' 분석…르펜 '법과 질서' 강조

(파리=연합뉴스) 황윤정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샤넬 매장에서는 이날 오전 매장 문을 열기 전 작업자들이 쇼윈도와 출입구에 철제 패널을 설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작업자(58)는 "시위대가 진열창을 깨뜨리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면서 매장은 평소처럼 문을 연다고 말했다. 철제 패널에도 정상 영업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인근 디올 매장은 출입구에 철제 패널이 설치돼 있었고 안쪽 출입문 한쪽에는 합판으로 보이는 가림막이 덧대어져 있었다.
쇼윈도 유리가 깨져 있는 라코스테 매장에서는 건물 전체를 초대형 흰색 철제 구조물로 둘러싸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리바이스 매장은 전면에 대형 목제 합판이 덧씌워져 언뜻 봐서는 영업 중인지 공사 중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합판 위에 '영업 중'이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캘빈클라인 매장은 전면을 아예 두꺼운 철판으로 틀어막았다. 캘빈클라인 직원 아다마(35) 씨는 "이번 주에 또 시위가 있을 것 같아서 보호 조치를 한 것"이라면서 시위가 끝나야 철제 보호막을 철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도보 25분 안에 있는 방돔 광장 일대의 일부 명품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루이비통 등 매장의 화려한 쇼윈도에 대형 철제 패널이 둘러쳐져 요새와 같은 모습이었다.
열악한 교육 환경과 생활비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약탈 등 폭력 사태가 휩쓸고 간 파리의 거리는 대체로 차분했지만, 대형 보호막을 설치한 매장 주변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이 느껴졌다.
파리 경찰은 약탈 피해를 입은 레퓌블리크 광장 일대와 상업 지구인 레알 일대에 전날 밤 11시부터 이날 새벽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미국 텍사스에서 왔다는 미국인 관광객 르네 감보아(27) 씨는 통행금지령이 있었다는 걸 알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많이 있는데 총기가 있어서 더 위험하고 긴장감이 더 높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학생과 노동자, 시민 등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평화롭던 시위가 공공건물 방화, 상점 약탈 등 폭력 사태로 얼룩지면서 마크롱 정부를 집권 말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8일 대국민 연설에서 학생, 교사, 국회의원, 노동조합 대표, 기업가 등이 참여하는 회의체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성난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달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18년 말부터 수개월간 마크롱 집권 1기를 뒤흔든 '노란 조끼' 운동 측은 오는 24일 '2막'을 열겠다며 또 한차례 시위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노조들도 내달 5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24일 시위에 군 병력을 포함한 보안 인력을 대거 배치하겠다고 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 노란 조끼 시위 때는 재정 지출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킬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가 재정이 심각한 상태이며 채권 시장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프랑스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일 장중 4.96%까지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가 이제 이탈리아나 그리스보다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고 짚었다.
엘리제궁 인근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에 있는 헤어숍의 한 미용사는 "프랑스 경제는 큰 손실을 입고 있으며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내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적자와 고물가, 저성장, 연금·자산 격차를 둘러싼 세대 갈등, 이민자 논쟁 등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출하면서 과격 시위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 이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가짜 뉴스도 사회 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벌어진 이번 대규모 시위와 폭력 사태가 프랑스 사회를 더 깊은 분열에 빠트리고 극우 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극우 국민연합(RN)의 대선 주자인 마린 르펜은 시위 다음 날인 지난 18일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보다 몇 시간 앞서 연설 영상에서 '법과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르펜은 현재 대선 후보군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는 지난 18일 경찰관들을 지지하겠다며 파리 도심의 한 경찰서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폭동으로 나라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프랑스 극우가 기회(moment)를 잡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미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국민연합이 법과 질서를 회복할 가장 적합한 정당으로 자신들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택시 운전기사 얀(54) 씨는 "평화적 시위를 지지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약탈자들이 시위에 섞여 들어와 상점을 부수고 털어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대선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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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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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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