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사무·회계직 많은 여성들…AI 시대 고용 충격 더 클 수도
Los Angeles
2026.10.20 16:41
고소득국가 여성 9.6% 고위험군
남성의 2.7배 달해…사무직 집중 탓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사무·행정직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들의 일자리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보다 더 큰 일자리 상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과거 전화교환기와 개인용 컴퓨터(PC) 등 신기술 도입으로 여성 중심의 직업들이 사라졌던 사례가 AI 시대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조사 결과 고소득 국가에서 AI 자동화 위험이 가장 높은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은 전체 여성 근로자의 9.6%로 나타났다. 남성은 3.5%로 여성의 위험 노출 비율이 약 2.7배 높았다.
지난 3월 발표된 ILO의 별도 보고서에서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종의 29%가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중심 직종은 16%에 그쳤다.
이 같은 격차는 여성들이 비서와 사무·행정직, 회계 보조 등 AI가 대체하기 쉬운 업무에 상대적으로 많이 종사하기 때문이다.
여성정책연구소(IWPR)의 아리안 헤게위시 선임연구원은 AI가 반복적인 업무와 숫자 처리, 패턴 분석 등에 강점을 보인다며 이러한 업무가 여성 근로자들이 집중된 사무·행정직의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1940년대 국내 전화교환원의 약 95%는 여성이었다.
그러나 AT&T가 자동 전화교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약 7만5000개의 전화교환원 일자리가 사라졌다.
보스턴대와 듀크대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은 기존 전화교환원 상당수는 임금이 낮은 직종으로 이동하거나 경제활동을 중단했다.
1980년 당시 국내 비서·속기사·타이피스트는 약 470만 명으로 이 가운데 98% 이상이 여성이었다.
1981년 IBM의 PC 출시와 이후 문서작성 프로그램의 보급으로 기업 임직원들이 직접 보고서를 작성하고 문서를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사무직의 일부 업무가 사라졌다.
과거 자동화로 전화교환원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이후 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들은 다른 사무직과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터는 기술 변화로 기존 직업이 사라질 경우 해당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근로자들이 이전보다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AI 역시 일부 직업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기존 업무를 자동화하고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