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보고서는 불편한 메시지를 던졌다. 개솔린 가격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도 지속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부담은 주유소에서 시작됐지만, 가계의 지출 압박은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9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은 8월의 3.4%에서 3.7%로 높아졌다. 특히 개솔린 가격은 한 달 동안 9.1% 급등하며 전체 월간 물가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0.3% 올랐고, 연간 상승률도 2.4%에서 2.6%로 높아졌다.
이번 보고서를 단순한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개솔린 가격 상승은 가계의 지출 여력을 직접 압박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문제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계속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에너지 충격이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주거비용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주거비는 전달보다 0.4%가 상승했는데, 호텔 숙박료가 2.0% 오른 것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 임대료는 비교적 완만한 0.2% 상승에 머물렀고, 자가주거비(owners'equivalent rent)는 0.3%가 올랐다.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도 0.4% 상승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물가 압력이 여전한 것을 보여주지만, 주거비용의 경우 전체 상승률만으로 임대료 상승이 가속화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 호텔 숙박료는 수요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빠르게 오르내리지만, 일반적으로 임대료는 훨씬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달 동안의 수치만으로 주거비용 상승 추세가 시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상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사라지게 된다.
물론 일부 부문에서는 안도감을 주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식료품 가격은 0.1% 하락했으며 통신 관련 요금도 떨어졌다. 반면 중고차와 레저 상품 가격, 항공료는 올랐다.
9월 소비자물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의 물가는 전방위적인 폭등 상황이라기보다 품목별로 엇갈린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즉각적이다. 자동차 개솔린 탱크를 채우는 데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외식이나 엔터테인먼트 등에 지출할 수 있는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특히 소득의 상당 부분을 필수품 구매에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층 가계는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지출을 약화하는 이중의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통화정책에도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연준은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75~4.00%로 조정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는 CPI가 아니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이번 CPI 보고서는 연준의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겠지만, 그 자체가 금리 결정의 기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9월 소비자물가 지표는 연준이 당분간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보고서만으로 즉각적인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통화 정책 당국은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고용, 소비지출, 그리고 9월 금리 인상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연준은 유전을 개발해 석유를 생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통해 차입 비용을 높일 수는 있다. 높은 기준금리는 수요를 억제하고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동시에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연준이 잠시 숨을 고르며 물가 압력이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계속 강하게 나타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