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예매하려고 했는데, ‘오디세이’를 아이맥스 비율로 볼 수 있는 기회는 이제 사라졌네요”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으로 아이맥스(IMAX) 상영관 예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암표 거래도 기승을 부렸다. 지난 8월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아이맥스관 예매를 하려는 관객이 빈 좌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뉴스1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 ‘오디세이’가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최장 상영 기록(77일)을 남기고 21일 연상호 감독 영화 ‘실낙원’으로 교체됐다. 이른바 ‘용아맥’이라 불리는 이 상영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이맥스 화면 비율(1.43: 1)을 그대로 구현한다. 장편 영화 사상 처음으로 모든 장면을 아이맥스용 필름으로 제작한 ‘오디세이’에 대한 ‘피케팅’(티켓을 사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임) 열풍을 부른 곳이다. 영화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티켓 예매 페이지가 왜 21일부터 없는 거냐” 는 문의와 “이젠 끝났다”는 푸념 글이 여럿 올라왔다.
CGV에 따르면 ‘용아맥’ 마지막 상영일인 20일 영화 ‘오디세이’ 객석률은 시간대에 따라 80% 후반에서 90% 초반에 달했다. 77일 평균 객석률도 90%를 웃돈다. 반면 21일 기준 ‘실낙원’ 객석률은 상영 첫날 3~6%대에 그쳤다. 관객이 줄고, 신작 영화가 개봉되면서 교체되는 통상적인 과정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 1천200만명을 돌파한 5일 서울 시내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실낙원’은 아이맥스용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기에, 아이맥스관 예매 페이지에 ‘논 아이맥스(non-IMAX)’란 표시가 있다. 평일 낮 기준 객석 가격도 아이맥스 영화 가격(2만1000원)보다 저렴한 일반관 수준(1만4000원)이다. 이런 탓에 하루 사이 티켓 매출액 추락도 가파르다. ‘용아맥’ 624개 좌석의 90%를 채우는 ‘오디세이’는 한 회 상영 기준 티켓 매출은 약 1178만원으로 추산된다. ‘실낙원’은 52만원가량(객석률 6% 기준)으로 추락한다. 단순 계산하면 회당 매출이 전날의 4.4%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도 영화를 교체한 이유는 스크린쿼터(자국 영화 의무 상영 규제)를 지키기 위해서다. 현행 제도는 상영관마다 한해에 73일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데 CGV는 올해 ‘용아맥’에서 ‘휴민트’ ‘군체’ 등 한국 영화 8편을 35일 상영했다. 숙제가 38일 남은 셈이다. 영화 팬들이 아이맥스관 관람을 기다리는 ‘듄 파트3’ ‘어벤져스: 둠스데이’ 등 대작 영화가 12월 중에 개봉될 예정이라 이를 위한 몫도 남겨놔야 한다.
지난해 최악의 침체에서 벗어나 모처럼 활기가 도는 극장가로선 울며 겨자 먹기다. CGV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용아맥에서 상영한 한국 영화 객석률은 30% 수준이다. 반면 외화 대작은 평균 50%를 넘는다. 드라마와 액션 비중이 많은 한국 영화는 주로 장대한 광경을 보여줄 때 쓰는 아이맥스용 카메라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반면 할리우드 대작은 종종 아이맥스 화면 비율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주인공(라이언 고슬링)이 우주선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갈 때는 화면이 아이맥스로 바뀌며 우주의 광활함을 극대화한다. 영화 팬들은 이런 영화가 개봉하면 집 근처 극장 대신 아이맥스관이 있는 지점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 1천200만명을 돌파한 5일 서울 시내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오디세이’ 개봉을 계기로, 특별관에 한해서는 스크린쿼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맥스, 4DX, 돌비 등 특별관의 경우 한국 영화 의무 상영 기준을 완화하거나, 스크린쿼터를 상영관마다 따로 적용하는 게 아닌 여러 상영관을 보유한 영화관 지점 안에서 통합적으로 지키도록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아이맥스 도전 등 한국 영화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써야 하는 관객들은 특별관에서 일반 비율의 영화를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한국 영화 보호는 일반관 쿼터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특별관 관람이 주요한 영화 관람 문화가 되어가는데, 한국 영화를 특별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유지하려면 현행 제도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