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돌파 실패와 반도체·대형 기술주 중심 하락 최상의 낙관론과 최저의 소비자 심리 사이의 괴리 신용 스프레드 최하위 등급에서 하이일드 전반으로
9월 말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는 겉으로 평온했다. S&P 500은 고점 부근에 머물렀고 변동성도 낮았다. 그러나 지수 아래에서는 52주 신저가 종목이 신고가 종목보다 많았고, 상승은 소수의 초대형 기술주가 떠받치고 있었으며,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채권에서는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소수에 의존하는 상승은 그 소수가 흔들리는 순간 지수 전체가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주, 시장은 바로 그 장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0월 6일 S&P 500은 7,818포인트로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고 나스닥도 같은 날 고점을 새로 썼다. 그러나 불과 열흘 남짓 사이 반도체 지수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고점 대비 약 16% 밀렸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5% 넘게 하락했다. S&P 500도 10월 16일 7,659포인트로 마감하며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섰다. 지금 투자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늘 그래왔던 일시적 조정인가, 아니면 흐름이 바뀌는 신호인가. 지난 2주 사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짚어보고, 예측 대신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리해 본다.
▶마지막 불꽃이 된 신고가
주식시장에서 신고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격이 받아들여지는가이다. S&P 500은 10월 6일 8월의 직전 최고치를 넘어섰지만 이후 단 한 번도 그 위에서 마감하지 못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고점과 저점이 모두 낮아졌다. 신고가 당일의 내용도 빈약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종목은 500개 중 24개, 약 5%에 불과했다.
상승을 이끌던 반도체가 가장 약한 업종으로 돌아섰고, 반도체 지수의 8거래일 연속 하락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차례 나타난 이후 처음이다. 다우 지수는 여전히 8월 초 고점을 넘지 못했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은 8월 중순 고점 대비 약 12% 하락했다.
다만 균형 있게 보면, S&P 500은 장기 추세를 보여주는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고 동일가중 지수가 시가총액 가중 지수보다 선방하고 있다. 지금은 시장 전체의 붕괴라기보다 주도주가 무너지며 자금이 이동하는 단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평온의 종료와 엇갈린 투자 심리
이달 초까지 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평온이었다. 그 평온이 끝났다. 변동성 지수(VIX)는 10월 초 14대에서 지난 금요일 20 부근까지 올랐고
장중에는 22를 넘었다. 급락에 대비한 보험성 옵션 수요도 최근 석 달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늘었다.
그런데 투자 심리는 여전히 뜨겁다. 투자 자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심리 조사에서 강세론 비중의 10주 평균은 수십 년 집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 옵션의 하루 거래 규모는 약 7,000억 달러로 2021년 이른바 밈 주식 열풍 당시에 근접했고, 그 절반 이상이 만기 2주 미만의 단기 계약에 몰렸다. 장기 투자가 아니라 단기 방향성에 베팅하는 자금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사적으로 이 지수는 주가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여 왔는데, 지금은 주가가 최고치 부근에 있는 동안 소비자 심리는 바닥에 있다. 생활 형편이 빠듯해진 가계가 부족한 소득을 투기적 거래로 메우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괴리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해소될 때는 대개 주가가 현실을 따라가는 방식이었다.
▶하이일드 전반으로 번지는 신용 긴장
신용시장의 경고는 9월부터 이미 나오고 있었다. CCC 등급 하이일드 채권의 가산금리가 약 3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것이다.
다만 이달 초까지는 이 현상이 최하위 등급에 국한되었고, 그보다 등급이 높은 하이일드 채권의 가산금리는 오히려 좁혀지고 있었다. 신용시장 안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만 먼저 재평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주 사이 이 그림이 바뀌었다. CCC 등급의 가산금리는 12.5%에서 12.8%로 더 벌어졌고, 하이일드 채권 전반의 가산금리도 3.11%에서 3.23%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아직 위기 수준과는 거리가 멀지만,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약한 고리에서 시작된 긴장이 신용등급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번지는지가 앞으로 가장 중요한 관찰 포인트다.
차입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기업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러셀 2000이 44거래일 만에 12% 하락한 것은 신용 비용 상승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부터 부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뜨거워진 물가와 금리의 줄다리기
이번 2주 동안 새롭게 등장한 변수는 물가다.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7%로 전달의 3.4%에서 오르며 예상을 웃돌았고, 생산자물가는 한 달 새 1.3% 올라 2022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안팎, 브렌트유 기준 110달러에 육박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채권시장은 물가보다 경기 둔화를 더 무겁게 보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초 장중 5.3%를 넘어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5.1% 안팎으로 내려왔고, 2년물 금리도 3주 연속 하락했다. 장기 국채 가격은 엿새 만에 5포인트 넘게 반등했다.
10월 27~28일 연준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약 37%에서 15% 수준으로 낮아졌다. 장기 우량 채권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 주식의 하락을 완충하는 본래의 역할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물가가 다시 뜨거워진 만큼 금리가 일직선으로 내려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장기 채권은 여전히 한 번에 사기보다 시차를 두고 나누어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점검에서 실행으로
이달 초와 지금을 비교하면 핵심 차이는 가격의 확인이다. 이달 초에는 시장 내부의 균열이 분명했지만 지수 가격은 그것을 확인해 주지 않았다. 이런 단계에서는 공격적 확장을 자제하고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지난 2주 사이 신고가 돌파는 실패로 끝났고, 단기 모멘텀은 하락으로 돌아섰으며, 변동성은 뚜렷하게 높아졌고, 신용시장의 긴장도 하이일드 전반으로 넓어지기 시작했다. 균열이 시장 내부에서 지수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점검에서 한 걸음 나아가,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실행할 준비를 갖춰야 할 때다.
다만 이것이 곧 약세장 확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S&P 500의 9월과 10월 초 저점이 모여 있는 7,610~7,620선은 아직 지켜지고 있다. 이 구간을 종가 기준으로 이탈하면서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이어진다면 방어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일 근거가 된다.
반대로 7,730선을 회복한 뒤 사상 최고치 위에 안착하고 상승에 참여하는 종목이 넓어진다면 현재의 경계 판단은 수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호가 나오면 무엇을 할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시장이 가장 불안해 보일 때가 아니라 가장 평온해 보일 때인 경우가 많다. 사상 최고 수준의 낙관론, 소수 종목에 의존한 상승, 저신용 채권에서 시작된 긴장, 그리고 꺾이기 시작한 주도주는 과거 큰 전환점 부근에서 함께 나타났던 특징들이다.
그렇다고 공포에 휩싸여 모든 자산을 한꺼번에 처분할 필요는 없다. 시장이 언제 정점을 찍고 언제 바닥을 칠지 정확히 맞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신호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 가고 있는지는 관찰할 수 있고, 지금 그 무게중심은 분명히 방어 쪽에 있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계획보다 공격적으로 기울어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어떤 조건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그대로 실행하는 일이다. 좋은 투자 결과는 시장을 정확히 맞히는 데서가 아니라 어떤 시장이 와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는 준비에서 나온다. 점검의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