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 AI가 카메라로 행사 전단 속 이름·날짜·시간을 읽어 캘린더에 추가할 수 있는 목록으로 정리한 모습. 김인경 기자
행사 전단을 아이폰 카메라로 비추자 ‘캘린더에 추가’라는 문구가 떴다. 이를 누르자 전단에 빼곡히 적힌 행사 이름과 날짜, 시간이 캘린더에 추가할 수 있는 목록으로 정리됐다. 애플의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 AI’가 안내문을 읽고 일정을 하나씩 입력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 것이다.
2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달 시리 AI의 영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다음주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서비스를 확대한다. 지난 6월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시리 AI는 구글 ‘제미나이’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시리를 전면 개편한 차세대 AI 비서다. 사용자의 기록과 화면 내용을 이해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지원하는 앱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시연에서 사용자가 송년회를 준비하며 “못 먹는 거 있는 사람 있어?”라고 묻자 시리 AI는 이전에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역을 검색해 지인이 매운 음식을 못 먹는다는 내용을 찾아냈다. 장보기 준비도 도왔다. 사용자가 호박죽 조리법을 화면에 띄운 뒤 “이 재료들 메모에 넣어서 마트 코너별로 정리해줘”라고 요청하자 시리 AI는 재료를 분류해 메모 앱에 장보기 목록을 작성했다.
이 외에도 시리 AI는 이메일 속 호텔 예약번호나 오래된 사진을 찾아주고, 수신자와 평소 주고받던 어조와 형식을 반영해 이메일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카메라로 사물이나 문서의 정보를 읽어 질문에 답하거나 일정 등록 등을 돕는 ‘비주얼 인텔리전스’도 지원한다. 사용자는 전용 앱에서 이전 대화를 다시 확인하거나, 아이폰에서 나누던 대화를 아이패드·맥 등 다른 기기에서 이어갈 수 있다.
시리 AI가 스마트폰에 담긴 각종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보안이 중요하다. 애플은 가능한 연산을 외부 서버로 보내지 않고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방식을 적용했다. 더 큰 연산 능력이 필요한 작업에는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되, 서버로 보낸 데이터는 요청 처리에만 쓰고 저장하지 않는다. 애플은 자사도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21일 아이폰 카메라로 관엽식물인 몬스테라를 비추자 화면에 ‘예상: 몬스테라’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김인경 기자
시리 AI가 애플의 ‘AI 지각생’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까. 앞서 애플은 2024년 6월 ‘개인화된 시리’를 예고했지만, 실제 출시가 지연되며 시장의 비판을 받아왔다. 시연에서 보여준 단순 편의성을 넘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실질적인 유용성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다. 현재는 기본 앱과 아웃룩·크래프트·왓츠앱 등 일부 해외 앱 위주로 지원되는 만큼, 카카오톡·네이버 등 국내 주요 앱과의 연동 수준이 사용자 만족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 AI는 애플 운영체제인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형태로 제공되며, ‘아이폰 15 프로·프로 맥스’와 ‘아이폰 16’ 이후 모델부터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