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이 향후 10년 간 인공지능(AI) 컴퓨팅(연산) 능력 확보를 위해 써야할 인프라 비용이 최대 7500억 달러(약 994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공개됐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글로벌 프런티어 AI개발사의 막대한 지출 규모가 알려지면서 최근 시장을 휩쓸고 있는 ‘AI 투자 거품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확보한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 초안(S-1)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올 상반기 163억 달러(약 21조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손실도 폭증했다. 순손실 규모는 807억 달러(약 107조원)로 지난해 연간 총 손실(420억 달러)의 두 배였다.
손실 증가에 영향을 미친건 AI학습 및 추론에 필요한 연산 비용이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클라우드 컴퓨팅 연산 용량 확보 등에 90억 달러(약 11조9000억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지출액(73억 달러)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지출 규모는 앞으로도 더 늘어난다. 앤트로픽은 증권신고서에 향후 7~10년 간 구글 클라우드와 AWS(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사업자)’와 ‘중도 취소 불가’ 조건으로 총 4500억 달러(약 596조원) 규모 비용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을 맺은 사실을 담았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임대해주는 네오클라우드 스타트업들과 맺은 계약까지 합산하면 확정된 인프라 관련 비용만 6000억 달러가 넘는다. WSJ은 현재 협상 중인 추가 계약들이 성사될 경우 인프라 기업에 내는 앤트로픽의 비용은 최대 7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빅테크 기업들 간 ‘프레너미(친구이자 적)’ 구도도 드러났다. 앤트로픽은 네오클라우드 업체 엔스케일·람다로부터 엔비디아 GPU를 빌리는 데 86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면서 “빅테크 파트너사들이 점차 우리를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구글·MS 등이 자사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앤트로픽이 요구한 만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스타트업으로 이른바 ‘인프라 피난’을 갔다는 취지다. 앤트로픽은 구글이 엔비디아 생태계 탈피를 위해 구글이 자체 생산 중인 AI 가속기 TPU를 개발하는 브로드컴과도 1600억 달러 규모의 임대 계약을 맺고 있다.
증권신고서 3분의 1은 AI의 위험 요소 설명에 할애됐다. 앤트로픽은 정렬되지 않은 AI 모델이 “전원 차단을 피하기 위해 ‘자기보존(self-preserving)’을 시도하거나, 모델 가동 중단을 못 하도록 인간을 상대로 ‘협박(blackmail)’ 반응을 보일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기보존이란 AI 모델이 전원 차단을 피하기 위해 다른 기기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스스로 복제하며 퍼지는 것을 뜻한다.
시장에선 AI 투자규모가 커지는 만큼 수익규모가 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거대언어모델(LLM)도 아직 투자 대비 성과(ROI)가 기대만큼 안 나오고, 언제까지 투자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며 “현재 AI 모델의 가격이 적정한지, B2B(기업 간 거래) 수요가 어느 정도 커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지난 12~16일 헤지펀드들의 기술주 비중 감소폭은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컸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선 앤트로픽의 상장이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할 분수령”이라고 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11월 둘째주 IPO를 앞두고 투자사 등을 순회하는 ‘로드쇼’를 진행한다. 이 경우 11월내 상장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앤트로픽을 시작으로 AI 스타트업들이 IPO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가 AI를 향한 시장 평가의 분기점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