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기 쉽지 않지만, 에이미는 거짓말쟁이에요. 자신의 과거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평생 거짓말을 해왔어요.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투표하지 마세요.”
자신을 도나 아서로 소개한 이 여성은 오하이오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로 나선 에이미 액턴의 친어머니였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된 해당 광고는 액턴과 접전 중인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주지사 후보 캠프에서 만든 것이었다. 어머니조차 딸을 거짓말쟁이로 부른 건 액턴에게 치명타일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 지지층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대표 인사인 로라 루머 등이 이를 SNS에 공유하며 확산시켰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주지사 후보 에미이 액턴의 친모 도나 아서. 공화당 상대 후보 측에서 제작한 선거 광고 영상에 등장한 그는 딸을 ″거짓말쟁이″라고 불렀지만, 과거 어린 액턴을 학대한 남편을 감쌌다. 동영상 캡처
하지만 곧 뒷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는 오히려 라마스와미에 대한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액턴 측은 곧바로 그의 남동생 필 스턴스가 등장하는 광고로 맞대응했다.
“저도 학대를 많이 당했지만, 항상 에이미가 더 심하게 당했어요. 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죠. 에이미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녀는 고작 열한두 살이었어요.”
실제 워싱턴포스트(WP)와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액턴의 의붓아버지 클레디스 아서는 액턴이 12세였던 지난 1978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 및 기소됐다. 아서는 보석 중 재판을 피해 도주했고, 액턴의 친어머니 도나는 아이들을 버린 채 그와 함께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혼인 관계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라마스와미는 학대당한 친자녀 대신 가해자인 남편을 선택한 여성을 내세워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한 모양새가 됐다.
액턴이 어린 시절 학대당한 경험을 숨기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라마스와미는 더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런 광고는 액턴을 의심스럽게 보이게 하기보다는 그의 어린 시절 피해와 비극적 가족사를 더 선명하게 부각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마스와미 선거 캠프와 가까운 한 공화당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정치를 위해 가족을 저버리는 건 정말 역겨운 짓”이라며 “나쁜 처사이며, 도덕적으로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공화당에서는 ‘블루 웨이브’ (민주당의 압승)을 저지할 방파제로 오하이오를 꼽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판세에 악재가 겹친 셈이다.
미 언론들은 이번 광고가 갈수록 추잡해지는 중간선거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이 이번 선거를 이념전쟁이나 문화전쟁으로 치르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밴데일리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비벡 라마스와미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들을 “공산주의자”라고 서슴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미시간의 압둘 알사예드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라고 했다. 성소수자 및 트랜스젠더 청소년 권리를 옹호해온 텍사스의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분 자녀의 성전환 신체 훼손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은 탈라리코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농담을 공공연히 한다. 라마스와미의 예일대 동창이기도 한 그는 액턴의 친모를 등장시킨 광고가 논란이 된 뒤에도 “정치는 거친 세계”라며 그를 역성들었다.
광고를 통한 정책 메시지 발신이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부른 공화당 후보의 또 다른 예는 재선에 도전 중인 새러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주 주지사다. 그는 30대로 보이는 백인 남성 ‘브래드’가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아 비디오 게임을 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브래드는 쉬는 일을 아예 본업으로 삼아왔다”고 소개하는 광고는 저소득층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 수급자의 근로 요건 강화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의료보장 혜택을 받으며 빈둥거리는 인물을 젊은 백인 남성으로 설정한 데 대해 오히려 마가와 우파 쪽에서 비난이 터져 나왔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고물가 부담 등 생활비 문제인데, 공화당 후보들은 이런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지도자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한 메시지 관리에 연일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 고위 선거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공화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투표해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한 명의 후보로서 내가 무엇을 지지하며, 여러분의 경제적 형편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