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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로 위장해 중국 캔다”…美국방부, 경제 스파이 조직 추진

중앙일보

2026.10.2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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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전경. AP=연합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전경. AP=연합뉴스

미국 국방부(전쟁부)가 기업인 등으로 위장한 요원으로 구성된 비밀 첩보조직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 등 경쟁국을 상대로 경제 첩보전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차세대 첩보 프로그램은 미국 정부와의 공식적인 연관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사업가 등 민간 부문 종사자로 위장해 활동하는 요원들을 운용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비공식 신분 위장 요원(NOC)’을 활용하는 구상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39년간 근무한 톰 라쿠산이 감독하고 있다. 현재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의 선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라쿠산은 CIA에서 해외 비밀공작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작전담당 부국장까지 지냈다.

프로그램에는 국방부 각 군 조직과 정보·안보 담당 차관실 소속 전문가들, 퇴직한 CIA 관계자들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기획 단계로 조직의 구체적인 형태도 정해지지 않았다. 별도의 심층 위장 조직을 신설하거나 국방부가 기존에 운용하는 비밀 인간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국방부는 해당 프로그램의 추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15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부를 방문한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을 맞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국방부를 방문한 웨스 스트리팅 영국 국방장관을 맞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NOC를 활용한 첩보 활동은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이들은 미 대사관 등 정부 시설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없고, 체포되더라도 외교관에게 적용되는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다. 특히 군인 등 국방부 소속 인력을 위장 요원으로 활용할 경우 신분을 감추기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WP는 “군 복무 기록은 숨기기 어렵고 생체인식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흔적의 증가로 가명 신분을 유지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방부 소속 위장 요원 상당수는 군인 특유의 자세와 행동 방식 때문에 신분을 의심받기 쉽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비밀 첩보 역량 확대가 CIA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CIA 관계자들은 WP에 “라쿠산이 국방부 내 독자적인 CIA를 구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CIA는 전통적으로 다른 정부 기관이 자사의 핵심 영역인 인간정보 수집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해왔다. 특정 국가에서 이뤄지는 첩보 활동은 해당 국가의 CIA 지부장이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2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번 구상은 경제전을 국가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수출 통제를 활용하는 한편, 미국의 핵심 자원과 기술에 투자하고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 자본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정보 수집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주요 첩보 대상으로 꼽힌다. 마이클 엘리스 CIA 부국장은 지난달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한 첩보 활동을 확대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 첨단 반도체 분야의 중국 기업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정보를 미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데이비드 코언 전 CIA 부국장은 첩보 활동으로 확보한 경제 기밀을 미국 첨단기술 기업과 공유해 상업적 우위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왔다”며 “미국 기업에 상업적 이점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두고 지나치게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국방부는 올해 경제적 수단으로 적대 세력을 억제·차단·교란하기 위한 ‘경제방어부(EDU)’도 신설했다. 파인버그 부장관은 지난 2월 당시 국방부 선임고문이던 조지 콜리티디스를 경제방어부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후 해당 조직은 미국 안팎의 정유시설과 광산 관련 사업에 수억 달러 규모의 공공 투자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브라질의 주요 희토류 매장지를 확보하기 위한 거래에는 국방부 자금 7억5000만 달러(약 1조원)가 투입됐다.



전민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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