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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의심” 신고만으론 측정 거부죄 안 된다…항소심도 무죄

중앙일보

2026.10.21 20:52 2026.10.2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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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법원 법정 전경. 연합뉴스

대전지방법원 법정 전경. 연합뉴스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만으로는 운전자에게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음주측정 의무를 인정하려면 단순한 의심을 넘어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전지법 제4형사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8세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20일 충남 아산의 한 음식점 앞에서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음식점에 있던 B씨가 “A씨가 위협적으로 행동한다”며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관에게 “운전을 마친 뒤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음주측정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정당한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당시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였다.

도로교통법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경찰관이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모두 당시 상황만으로는 이 요건이 충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이날 오후 8시12분께 운전을 마친 뒤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으로 봤다.

B씨가 경찰에 신고한 시점은 오후 10시1분이었고, A씨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은 오후 10시30분께였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경찰이 확보한 정보가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제삼자의 추측성 신고와 운전을 마친 지 약 2시간 뒤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A씨의 모습 정도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사정만으로 A씨가 실제 음주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주관적인 의심만으로 음주측정 의무를 인정할 경우 악의적인 신고만으로도 무고한 시민이 강제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운전을 마친 뒤 상당한 시간이 지나 별도의 장소에서 술을 마신 사람에게까지 음주측정 의무를 부과하면 스스로 과거 행적을 입증해 결백을 증명해야 하는 과도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음주운전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음주측정 의무가 인정되려면 단순한 의심을 넘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정황이 뒷받침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원심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없다고 봤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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