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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 상대 8000억대 주주대표소송 1심 패소

중앙일보

2026.10.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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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9월 8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뉴스1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9월 8일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모습. 뉴스1

영풍이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8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 김석범)는 22일 영풍이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이사 10명에게 약 8370억원 규모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영풍 패소로 판결했다.

주주대표소송은 이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 등을 다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혔음에도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을 때,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다. 주주가 승소하면 배상금은 주주가 아닌 회사로 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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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 아냐”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선관주의나 충실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는 경영에 관해 판단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사가 법령 위반 없이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신뢰하여 경영상 판단을 했을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영풍 측 공개매수를 위협으로 인식한 이사들이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법령상 절차 등을 위반하지 않은 채, 일정 비율 할증에 의한 자본조달 방안을 전제로 판단한 것”이라며 “그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선관주의나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상법 규정이나 정관 규정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법 462조 1항의 자기주식 취득가액 한도 규정은 취득할 수 있는 가액의 회계관념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이어서, 주식 취득 자금이 어느 항목을 재원으로 한 것인지 여부를 가지고 위 규정 위반 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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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즉각 항소할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7월 31일 고려아연 창립 5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7월 31일 고려아연 창립 52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번 소송은 2024년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고, 고려아연이 자기주식 공개매수로 이에 맞서며 불거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6만원 상당이었던 고려아연 주식을 89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자사주 총 204만30주를 취득했는데, 영풍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같은 해 11월 고려아연 이사들이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고려아연에 약 673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청구액이 약 8369억원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했다. 이제껏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은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후 두 일가가 고려아연 지분 경쟁을 벌이며 경영권 갈등이 불거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이날 1심 판결에 대해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고려아연을 사금고화하고 막대한 채무를 떠넘긴 위법적 경영 행위가 ‘이사의 재량’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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