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슈팅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 도시가 침공받으며 가상의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는 신작 시나리오다. 콜 오브 듀티 유튜브 영상 캡처
북한의 남침을 그린 외국 게임 신작을 두고 일각에서 북한군을 두둔하는 듯한 반응이 나오자, 영화 ‘암살자(들)’ 때와는 다른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FPS)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 도시가 침공받으며 가상의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는 신작 시나리오다. 한국군 병사 등을 캐릭터로 설정해 한·미 연합군과 북한군 간 전면전을 펼치는 내용이다. 이 게임은 미국 게임사가 제작했으며, 북한 지도층인 남매간 쿠데타 장면이나 북한 ‘주석궁’을 연상시키는 지도부 궁전을 급습하는 임무 등이 등장한다. 23일 정식 출시되는 이 게임은 지난달 공개된 소개 영상에서 조회수 9720만회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이달 23일 정식 출시되는‘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지난달 공개된 소개 영상에서 조회수 9720만회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콜 오브 듀티 유튜브 영상 캡처
이 게임을 두고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진보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내 북한군의 배반자 색출이나 마을 주민 처형 등 묘사가 적나라하다며 북한군의 인권 탄압을 과도하게 그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북한군도 운 없이 북한에 태어난 불쌍한 사람들 아니냐”며 “잔혹한 게임에 (내가) 비참해졌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외국 회사가 각색한 게 맘에 안 든다. 불매운동이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했다.
진보 성향 인사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지난달 한 언론 칼럼에서 “역사·문화적 왜곡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 사회의 전쟁 트라우마를 오락화하는 것도 문제”라며 “게임으로 북한에 대한 미움이 증폭되면 남북관계에 의도하지 않은 우려의 상황이 돌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도 지난 6월 유튜브 방송에서 “분단·휴전 국가인 상태에서 서로 죽이는 게임을 만들어서 상업화하는 게 정상이냐”며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BBC 등 외신은 게임 공개 직후 “‘논란의’(Controversial) 북한 남침 설정”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콜 오브 듀티 신작을 체험하는 사람들 모습. AFP=연합뉴스
그러자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는 이에 반발하는 게시글이 쏟아졌다. 휴전 상황에서 대치 중인 북한군을 옹호하는 태도가 적절하지 못할 뿐더러, 외국 게임사가 창작으로 만든 설정에 과한 반응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콜 오브 듀티 이용 경험이 있는 장모(26)씨는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분단 상태 등을 왜곡 없이 잘 묘사한 것 아니냐”고 했다. SNS와 보수 커뮤니티, 청년층 사이에선 표현의 자유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며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화는 영화로 보라더니, 이중잣대다” “심지어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냐” 등 반응도 나왔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을 때 진보 진영은 표현·창작의 자유를 내세웠는데, 이번 사안에선 태도가 바뀌었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도 이 게임은 언급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이 게임 소개 영상을 SNS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북한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다면 ‘콜 오브 듀티’라도 해보라. 단지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통령의 순진한 판단력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파멸적 피해를 가져올지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모습.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평론가는 “작품에 정치 논리를 들이대면 콘텐트 본질을 흐리게 된다”며 “특히 외국 작품인 만큼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게임이 역사적 현실을 다루려면 치밀한 고증과 배경 묘사 등이 필요하고, 이게 ‘게임의 내러티브’”라며 “1950년대 전쟁과 같이 판타지 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5월 제작사 측은 게임을 처음 공개하며 “시리즈 특유의 군사적인 사실성에 기반하고, 해당 지역의 문화·역사적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이 게임 시리즈는 앞선 2022년작에서 미군의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사건과 유사한 드론 공습 미션을 넣는 등 줄곧 실제 분쟁을 소재로 삼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