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용준 기자] "처음 LoL을 좋아했던 그 마음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번 월즈에서는 후회 없이, 팀원들과 함께 즐기면서 정상에 오르겠습니다."
어느덧 팀의 중심을 든든하게 받치는 베테랑이자 왕좌를 지켜야 하는 위치다.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은 2026시즌 동안 겪었던 수많은 굴곡과 고민 속에서도 초심을 되찾았다며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구 여제' 김연경을 만나 나눈 진솔한 대화는 그에게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LoL과 배구는 종목의 형태가 다르지만 매 순간 최고 수준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최정상급 스타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통하는 부분은 깊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찾아오는 부진과 팀 성적에 미치는 압박감, 수많은 대중의 시선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무게감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너가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슬럼프 극복법'에 김연경이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건넨 진심 어린 조언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깨달음 속에서 초심을 되찾은 문현준은 마침내 흔들림 없는 단단함을 장착했다.
OSEN은 22일 오전 미국 텍사스 앨런 크레딧 유니언 오브 텍사스 이벤트 센터에서 스위스 스테이지 개막을 하루 앞둔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을 에셋데이 영상 인터뷰를 통해 만나 이번 롤드컵에 임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텍사스 현지 분위기와 컨디션 관리 상황부터 물었다. 문현준은 "밖에는 나간 적이 없어 현지 분위기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시차 관리가 잘 안돼서 고군분투 중"이라며 웃어 보였다.
올 한 해 팀의 행보에 대해서는 솔직한 소회를 밝혔다. "웃은 적도 많았지만 슬픈 적도 많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더 많았던 아쉬운 해였다"면서도 "하지만 한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웃을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아쉬움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고, 마지막 남은 월즈라는 큰 대회를 기회 삼아 꼭 우승하고 싶다"고 눈빛을 빛냈다.
이어 이번 월즈 패치 메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문현준은 "LCK 후반부에 나왔던 패치와 거의 비슷하다"며 "정글 포지션의 영향력이 조금 더 올라갔고 방관 아이템 트리에 따라 상황 대처가 중요해져서 세심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글러와 서포터에게 지나치게 많은 역할과 요구가 쏠린다는 질문에는 묵직한 베테랑의 면모를 드러냈다. "메타가 매 순간 바뀌기에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하지만 결국 기본기 자체가 튼튼하다면 어떤 메타든 우리만의 색깔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이번 월즈는 무엇보다 '기본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크림 준비 상황과 비장의 카드에 대해서는 "메타 파악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고, 5세트 승부처에서 나올 만한 깜짝 픽들도 준비된 상태"라며 "경기에 들어가면 아주 재밌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언급한 김연경과의 대화에 대해 문현준은 당시를 떠올리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슬럼프라기보다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가볍게 건네 보았던 질문이 자신을 돌아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전언이다.
"김연경 선배님께서 워낙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신 경험을 토대로 툭 던져주신 말씀에 머리를 띵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랫동안 LoL을 하다 보니 어느새 처음 LoL을 좋아했던 순수한 마음을 잊고 기계처럼 했던 것 같다. 선배님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왜 이 LoL을 좋아하게 되었고, 왜 프로게이머가 되었는지'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고, 덕분에 금세 열정이 다시 타올랐다."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
오랫동안 팀을 지키며 쌓인 책임감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데뷔 초에는 이기기만 해도 마냥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것은 오롯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좋은 팀원들과 함께 LoL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랜 꿈이었고 너무나 행복한 일이기에, 부담감은 최대한 털어내고 팀원들과 함께 재미있게 즐기면서 임하려고 한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월즈에 임하는 최종 목표와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부탁했다.
"개인적이든 팀적이든 당연히 최종 목표는 월즈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회를 치르는 동안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안 아프게, 그리고 팀원들과 함께 행복하고 재미있게 LoL을 즐기고 싶다."
[사진]OSEN DB.
이어 문현준은 한국과 현지에서 밤낮없이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을 향해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새벽 시간대라 챙겨보기 힘들 텐데도 늘 자리를 지켜주시며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중요한 기회를 잡은 만큼 더 열심히 준비해서, 주무시고 일어나셨을 때 'T1이 승리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 드리겠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