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유층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에게 고가의 신경심리검사를 받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습 특성을 파악하려는 목적을 넘어 시험시간 연장 등 학업상 편의를 얻기 위해 검사를 의뢰하는 경우도 알려지면서 검사의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신경심리검사는 여러 날에 걸쳐 진행되며, 비용은 통상 5000∼1만달러(약 661만∼1323만원)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학습장애 등을 진단받으면 시험시간을 추가로 제공받는 등 학업상 편의를 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 베이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은 6∼19세 자녀 6명 모두에게 검사를 받게 했다. 그는 “각 자녀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두 명은 난독증, 한 명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고, 이들 세 명은 모두 시험시간을 추가로 제공받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임상 신경심리학자 케이티 데이비스는 자신이 검사하는 아동의 약 40%가 “신경발달 측면에서 완전히 정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검사의 본래 취지가 완전히 왜곡되고 변질됐다”며 “중산층과 상류층 가정이 사설 검사에 많은 돈을 쓰면서 이런 서비스가 자녀를 경쟁에서 앞서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애 관련 서비스나 편의 제공을 권고할 때는 법적 요건에 맞춰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퀸스에서 신경심리평가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대표 사남 하피즈 박사도 부모가 직접 검사를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내용을 보고 ‘나도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자녀의 학습 유형과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학습장애 진단을 받은 아들 둘을 키우는 한 어머니는 실제로 검사가 필요한 아동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자랑할 만한 훈장이 아니다. 최고의 과외 교사나 학교를 갖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니다”며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중요한 도구”라고 말했다.
반면 자녀 6명 모두에게 검사를 받게 한 여성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것은 우리가 아이들과 우리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정말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